다양한 나이의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이유는?

by 최환규

퇴직 전과 퇴직 후에는 ‘만나는 사람의 다양성’에서 차이가 크다. 직장생활 중에는 20대~30대의 젊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소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퇴직하고 난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자신 또래의 사람들과만 교류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 친구처럼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생각이나 행동이 비슷하므로 편안하게 그들과 함께하려는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려는 경향이 있다. 집에서는 말 잘 듣는 자녀를, 직장에서는 자기 말을 잘 따르는 부하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런 사람과 함께 할 때가 그렇지 않은 자녀나 부하보다 힘도 덜 들고 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치관이나 경험 등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 의견이나 선택에 충돌이 생기면서 힘든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편한 사람들과만 계속 교류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편한 사람들만 계속 만나게 되면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경험이나 사고, 정보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가장 특히 남성 직장인이 가정에서 자녀들과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상대의 말을 듣는 훈련이 부족하고, 젊은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자녀들과 공유할 대화 소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와 대화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머릿속에는 지금 세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30년 전의 오래된 가치관이나 생활 습관이 자리를 잡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자녀들에게 이를 강요하게 된다. 이런 부모와 대화하는 자녀는 답답함을 느끼면서 가능한 한 부모와의 대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퇴직자도 자녀와의 불편한 대화 대신 자신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로 대화 상대를 선택하게 된다.

물론,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과도 만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함 혹은 수월함만 추구하게 되면 머리는 점점 굳어간다. 방에서 누워만 있게 되면 손발이 굳어져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뇌도 마찬가지로 사고 능력이 떨어지면서 자녀나 손주와의 대화는 더욱더 어려워진다. 퇴직자가 취업이나 창업에 실패하는 보이지 않는 이유 중에는 ‘대화를 통한 고객의 이해’ 부족이 한몫한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의 관심사나 이들의 취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에 취업을 한 일이 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은 파트장을 제외하고 전부 20대였다. 필자는 나이만 많지 업무 경험이나 능력이 제일 뒤떨어지기 때문에 업무에 관해서는 지시를 받는 처지였다. 그나마 업무를 벗어나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시정하거나 웹 카툰을 보면서 밥을 먹었다. 만약 말을 많이 해야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간이 익숙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창업이나 취업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경험이나 더욱더 정보의 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창업을 했다고 하자. 이 사람이 만들거나 파는 제품의 타깃 연령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구매력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창업을 할 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오래전부터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이들의 구매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창업희망자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니즈를 파악해 업종을 정하고 창업한다면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창업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과 대화에 익숙하지 않으면 고객층 확보에 분명히 어려움이 생긴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나이의 사람들의 취향이나 유행을 모를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들과 대화가 되는 사람이 비슷한 업종을 근처에 창업했다면 경쟁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 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말하는 관리자로 취업한다면 젊은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도 어느 정도 생활할 수는 있다. 젊은 사람이 대화가 통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평가 권한을 가진 상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밑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젊은 사람들, 흔히 MZ 세대와의 소통은 필수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상사가 되기 때문이다.


퇴직자는 다니던 직장을 떠나는 순간 ‘초심자’가 된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초심자가 초심자 수준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많을 것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가 많은 적든 상대를 내 선배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겸손이다.


겸손은 자신의 인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일부 사람들은 겸손이 자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 과장되게 자신을 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겉 포장만 화려한 실속이 없는 과장은 쉽게 밑천이 드러나 오히려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퇴직자가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때 상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봉사 활동이나 취미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다. 이럴 때 퇴직자가 직장에서 하던 식으로 ‘상사 혹은 고참의 본능’을 드러내게 되면 기존 회원들은 겉으로는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비웃음을 살 수 있다. 다행히도 퇴직자의 의견이 모임 참석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의견이라면 그 모임 참가자들로부터 따돌림을 할 수도 있다.


지식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흐른다. 자신이 자신을 낮출수록 더 다양한 지식이나 정보를 상대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퇴직자의 삶이나 대인관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퇴직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경험 그리고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럴 때 겸손한 태도는 상대로부터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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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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