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을 위해 수원역에 간 적이 있었다. 수원역에 도착한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평소에는 닫혀있던 상가 앞에 젊은 사람들 십 수명이 줄어 서 있었다. 그 상가는 미국 유명 브랜드의 휴대폰 매장이었다. 이 브랜드에 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전화해 이벤트가 있냐고 물었더니 신제품이 출시하는 날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휴대폰을 구매하고자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선 것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유명 제품이나 음식을 경험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경험’했다고 알리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주요 SNS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다. 필자처럼 SNS를 멀리하는 사람은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소통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SNS로 소통하면 수시로 많은 사람과 자신의 현재 모습을 공유할 수 있다. 상대와의 소통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상대가 수시로 보내는 메시지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와 비교하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되면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부자가 있다. 돈이 많은 사람과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다. 두 부류의 사람 중에서 ‘돈이 많은 사람’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SNS에 노출되는 사진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관광지, 명품 그리고 비싼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모습 등이다. 이런 사진을 올릴 때 구독자로부터 받는 ‘좋아요’ 수는 행동을 강화하는 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품을 구매하거나 고급 식당에서 식사한 다음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집이 부유한 사람이거나 월급을 많이 받는 직장인이라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지만, 평범한 월급쟁이는 이런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가 없다. 만약 자신의 수입보다 더 큰 지출을 감수하고라도 이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은 법을 어기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직장인의 부정행위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함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자기 삶은 황폐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곤은 쌓이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내가 명품을 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날 깔볼 거야’라는 생각이 여전히 머리에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기도 어려워진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 자신은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음식을 선택할 때도 맛보다는 가격이 비싸거나 음식 사진이 잘 나오는 음식점을 고르게 된다. 또한, 친한 사람과 마음 편하게 식사하는 대신 상대의 비위를 맞추면서 식사해야 하는 때문에 제대로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시간이 계속될수록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행복은 오히려 더 멀리 달아나는 결과를 얻는다. 이런 사람과 달리 허름한 노포(오래된 식당)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된장찌개를 먹는 것이 자기 분수에 벗어나는 고급 식당에서 먹을 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월급을 받아 명품을 사게 되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돈이 모자라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차단하면서 고립된 생활을 자초하게 된다. 반면, 명품 대신 가성비 좋은 물건으로 대신하고 남은 돈으로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식사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면 그 시간은 자신의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런 시간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풍요로운 부자가 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행복한 삶은 멀리 있지 않다. 남은 한 달이라도 가족과 동료 그리고 지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마도 평소 경험하지 못한 따뜻함을 느끼면서 마음속이 꽉 차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