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경쟁과 생산적인 경쟁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기본적인 목표를 위해 경쟁한다. 야생 동물은 주로 즉각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직접적이고 본능적으로 경쟁한다. 먹이 확보, 영역 방어, 짝짓기 상대를 얻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반면, 사람은 기본적인 생존 및 번식 외에도 훨씬 복잡하고 추상적인 목표를 위해 경쟁한다. 사회적 지위, 부, 명예, 권력, 아이디어, 가치관 등 다양한 형태의 경쟁이 존재한다.
협력과 경쟁의 관계에서도 차이가 있다. 야생 동물은 생존을 위해 무리 사냥처럼 협력하는 예도 있지만, 협력의 규모나 복잡성은 인간보다 제한적이다. 협력은 주로 생존이라는 직접적인 목적과 연결된다. 그러나 사람은 경쟁과 동시에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복잡하고 대규모의 협력이 이루어진다. 사회 시스템, 기업, 국가 등은 내부적으로는 협력하면서 외부와 경쟁하는 구조이다. 인간 사회의 복잡한 발전은 경쟁뿐만 대규모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즉, 경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조직의 발전이지만, 그렇지 못한 소모적인 경쟁도 있다.
필자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아무런 의미 없는 ‘경쟁을 위한 경쟁’이었다. 회의 때 동료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비판하기 위한 비판을 하거나, 논점과 관계없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통해 동료의 기를 꺾으려는 시도이다. 이런 행태는 아이디어의 질을 높이거나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는커녕 동료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기도 한다. 동료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고의로 방해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등의 행위이다. 이는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실패를 유도하는 극단적인 형태의 ‘경쟁을 위한 경쟁’으로 조직 윤리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적대감과 부정적인 편견을 키우고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게 만들어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몹시 질 나쁜 경쟁이다. 이런 경쟁을 ‘소모적인 경쟁’이라고 한다.
소모적인 경쟁은 경쟁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고, 조직원 간의 관계를 해쳐 조직 전체의 성과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직장인이 직장 생활을 힘들어하거나 직장 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이유도 소모적인 경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모적인 경쟁은 협업과 시너지 효과를 떨어뜨린다. 조직이 아니라 개인의 승리만을 중시하는 소모적인 경쟁은 서로 돕고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협업 과정을 방해한다. 부서 간, 팀 간, 개인 간에 벽이 생기고, 서로의 업무를 돕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때 발휘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조직 전체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같은 업무를 여러 사람이 경쟁적으로 수행하거나,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불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를 소집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로써 시간, 시간, 예산, 인력 등 조직의 한정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소모적인 경쟁과 반대되는 경쟁이 ‘생산적 경쟁’이다. 생산적인 경쟁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 조직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건강한 형태의 경쟁이다. 이는 단순히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경쟁이 생산적인 경쟁의 한 예이다. 생산적인 경쟁은 개인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도록 자극한다. 경쟁 과정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개인의 전문성과 역량 향상으로 이어진다.
도전적이면서도 달성 가능한 목표를 향한 경쟁은 ‘유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는 개인에게 적절한 긴장감과 몰입을 선사하여 높은 수준의 업무 효율성을 발휘하게 한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자존감을 높이고, 앞으로 더 큰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리더의 역할은 소모적인 경쟁을 생산적인 경쟁으로 전환하고, 생산적인 경쟁을 강화하여 경쟁이 순기능 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리더는 경쟁이 소모적인 경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명확한 규칙과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생산적인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