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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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박성진 시인
오마주 — 현대의 참회록
(윤동주에게)
나는 오늘도
손끝으로 스크롤을 넘기며
누군가의 분노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무언가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을 외면한 채 말입니다.
지하철에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거울처럼 반사되는 창에
내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그 속엔
낯선 내가 앉아 있었고요.
나는 말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 하나쯤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건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거짓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댓글을
속으로만 따라 읽고,
어떤 날은
침묵하는 게 중립인 줄 알았습니다.
나는
입을 닫고
마음을 덮고
고개를 숙이며 살아왔습니다.
그게 어른인 줄 알았고,
현명한 줄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문득 그대의 시를 읽으며
나는 고백합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매일 부끄러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작게,
조용히,
자주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부끄러움을 지닌 채
살아가려 합니다.
어설퍼도
가끔은 말하고,
가끔은 멈추고,
가끔은 다시 길을 돌아보면서.
참회는 끝이 아니란 걸
당신에게 배웠습니다.
참회는,
다시 걷기 위한
첫걸음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