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
아부심벨, 태양의 문
■
박성진 시인
■
아부심벨, 태양의 문
바위가 말을 한다
모래는 비밀을 묻는다
사막의 심장에 새긴
신의 얼굴, 인간의 이름
수천 해 흐른 지금
그 거대한 눈동자는
아직도 동쪽의 태양을 기다린다
빛이 문을 두드릴 때
왕은 다시 깨어난다
무너질까 옮겨 세운 돌
기억은 옮길 수 없기에
우린 이제 신전이 아니라
기억의 무게를 지고 산다
사진을 찍고, 셀카를 올리며
눈부신 유산을 배경으로
우리는 잊는다
누가, 왜,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그러나 정적 속에서 들린다
그 돌 사이, 조용한 외침
"나는 태양이었노라
나는 인간의 영원함을 꿈꾸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