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심벨, 태양의 문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아부심벨, 태양의 문



박성진 시인



아부심벨, 태양의 문


바위가 말을 한다

모래는 비밀을 묻는다

사막의 심장에 새긴

신의 얼굴, 인간의 이름


수천 해 흐른 지금

그 거대한 눈동자는

아직도 동쪽의 태양을 기다린다

빛이 문을 두드릴 때

왕은 다시 깨어난다


무너질까 옮겨 세운 돌

기억은 옮길 수 없기에

우린 이제 신전이 아니라

기억의 무게를 지고 산다


사진을 찍고, 셀카를 올리며

눈부신 유산을 배경으로

우리는 잊는다

누가, 왜,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그러나 정적 속에서 들린다

그 돌 사이, 조용한 외침

"나는 태양이었노라

나는 인간의 영원함을 꿈꾸었노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룸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