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앙코르 왓트


박성진 시인


앙코르 와트, 시간의 연꽃


돌로 쌓은 기도는

이끼 낀 천장을 향해 피어 있다

사라진 왕국의 이름 위로

연꽃 하나, 무너진 하늘을 지탱한다


새벽의 노을은

신과 인간이 마주하던 문을 붉게 적시고

탑은 묻는다

"누가 이 신전을 꿈꾸었는가?"


한 시대가 무너져도

벽화는 침묵을 지키며 춤춘다

천상의 무희들,

부서지지 않는 몸짓으로


관광버스가 떠나간 뒤

숨죽인 바람 사이

누군가 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


앙코르의 심장엔

아직도 신이 없다

다만, 그 자리를 지키는

수천 개의 인간의 손길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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