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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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1부 바람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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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모로코 대서사시 제1부: 바람의 나라, 불꽃의 시간
1.
모로코 땅 끝자락에
바람이 말을 걸었다
사하라 숨결이었다
2.
성곽 위엔 햇살이
아틀라스 산맥 넘어
용맹한 족속의 기운
3.
페즈 골목 미로 따라
천년 향신료 퍼지고
장인 손끝은 시를 쓴다
4.
카사블랑카 불빛엔
옛 영화의 속삭임
사랑이 떠나던 항구
5.
모래의 탑 마라케시
붉은 벽에 불타오른
무역과 예술의 꽃들
6.
베르베르의 노래 속
태초의 리듬 타고
태양은 북을 두드린다
7.
낙타 등 뒤로 실린
소금과 향료의 역사
길 위의 문명이었다
8.
청춘의 도시 셰프샤우엔
푸른 벽에 마음 닿고
하늘빛이 물들인다
9.
바다와 사막 사이
모로코는 날마다
꿈과 현실을 조율한다
10.
북아프리카의 심장
무함마드 왕국 아래
지혜와 검이 춤춘다
11.
한 손엔 꾸란 들고
한 손엔 별을 심어
미래를 꿈꾸는 땅
12.
수크의 소란 속에서
구두장이의 망치가
고요한 철학을 두드린다
13.
세월의 바늘이 꿰맨
장인의 양탄자 위
역사가 꽃을 피운다
14.
하산 2세 모스크
백색 대리석 아래
신의 이름이 울린다
15.
대서양 파도처럼
이 민족은 물러서지 않아
침략도 예술로 녹였다
16.
안달루시아 망명자
모로코 품에 안기며
새로운 문명이 움텄다
17.
한때는 프랑스의 그림자
지금은 독립의 언어로
자존을 노래한다
18.
누구도 이 땅을
한 줄로 요약 못 해
모로코는 시(詩) 그 자체다
19.
귤빛 타진 속에서
마음은 매콤하게
인생을 되새긴다
20.
민트 차 한잔에
평화와 겸손이 있고
모든 여정은 쉬어 간다
21.
밤하늘 별 아래
노매드들의 불빛
이야기가 피어난다
22.
달빛 속 드르렁 말
그 발굽 자국 따라
무역로가 다시 숨 쉰다
23.
남쪽에선 땀 흘리고
북쪽에선 꿈을 짓고
한 나라가 자라고 있다
24.
종교와 예술, 자연과
혁명의 역사들이
하모니로 엮인 땅
25.
모로코의 아이들은
모래성과 같이
희망을 짓고 부순다
26.
사막에 핀 장미꽃
시간과 열정을 먹고
기적이 된 생명이었다
27.
매일매일 노을 속
새 무역상이 도착해
과거와 미래가 만난다
28.
모로코는 묻는다
너는 너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기억하느냐
29.
붉은 흙의 시간들
이민족이 써 내려간
한 권의 서사시였다
30.
바람은 다시 불고
낙타는 길을 나선다
전설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