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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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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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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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그 천년의 유쾌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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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 경주 땅에
부처님도 놀라신다
돌계단 위 앉으시어
연등 아래 포즈 잡고
“셀카는 잘 나왔느냐”
웃음 짓는 석가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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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은 고요하다
반듯하게 앉아 있으나
비둘기 한 쌍 날아들어
사랑의 맹세를 하고
무량한 이탑의 품에
연애편지를 새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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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교 백운교 위로
신선도 바짓가랑이
걷어올려 절로 들어
관광객 틈에 섞여
“요즘도 해탈되느냐”
물으시며 미소 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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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불법의 향기
지금은 인스타 명소
한복 입고 돌계단에
젊은이들 줄을 선다
“극락은 모르겠지만
여긴 확실히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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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등은 묵묵하게
밤새 길을 밝혔건만
애정표시 낙서 위에
“○○♡○○” 새겨놓고
영겁의 빛이 탄식해
불심보다 낭만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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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황사 모전석탑도
질투 어린 눈빛 쏘며
“불국사 인기 치사해
나도 사실 잘 생겼다”
경주의 탑들 모여서
밤마다 품평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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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엔 불타올라
삼국통일도 품었거늘
지금은 불쏘시개로
수학여행 전설 되네
부처님 웃긴 거 알제
애들 장난이 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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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신비로운
석조의 숨결 느낄 때면
천 년의 돌도 미소 짓고
하늘과 땅이 조화되어
불국의 꿈은 여전하다
웃으며 남는 여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