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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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3부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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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영혼의 바람"
1.
빛도 길을 잃는다, 사하라의 심장부
그곳엔 언어보다 깊은 침묵이 살아있다
모래는 천년 전 기도를 되뇌는 서첩
2.
땀과 신념으로 지은 진흙의 요새들
투아레그 남자의 눈빛은 별처럼 선명해
낙타 발자국이 쓰는 문명 이전의 시
3.
별은 거기 그대로다, 변한 것은 사람뿐
밤마다 쏟아지는 은하의 강을 보며
우리는 얼마나 작고 고요한가를 안다
4.
사막의 바람은 다정하지 않지만
진실만은 남긴다, 껍데기 다 벗기고
진심 하나만 안고 걸어야 하니깐
5.
춤추는 모래언덕, 바람이 만든 그림
자연은 늘 미완성이라 더욱 완전하고
한순간도 같은 얼굴이 없는 아름다움
6.
태양에 구운 빵, 손으로 나눈 차
그 소박한 나눔 속에 살아있는 철학
사하라의 삶은 결핍이 아닌 충만이다
7.
어디에도 집은 없지만, 모든 곳이 고향
그들은 ‘지금’에 살고, 바람을 믿는다
과거도 미래도 모래에 묻혀 사라지고
8.
사막은 묻는다, 너는 너인가
이름도 지우고, 직업도 벗고
그저 한 사람으로 설 수 있느냐고
9.
사하라는 고독을 안겨주고
그 고독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삶은 결국 나와 나의 대화라는 것을
10.
모로코의 마지막 장은 사하라에 묻힌다
그곳에서 얻은 침묵은 말보다 무겁고
그 침묵 안에서, 진정한 모로코가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