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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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마궁에 갇힌 신의 심판
박성진 시인
시조 제목: 크레타 미궁에 갇힌 신의 심판
1.
바다신 포세이돈이
흰 황소를 보내오니
크레타의 왕 미노스
그 빛나는 짐승에
욕심의 불씨 숨긴다
2.
“신께 바치라 했거늘”
제물 삼길 아까워서
몰래 바꾼 제단 위
신의 분노 번개 쳐
왕비의 운명 비튼다
3.
왕비 파시파에가
저 황소에 마음 주고
저주 같은 사랑에
괴물이 태어나니
머리는 황소, 몸은 인
4.
그 괴물 미노타우로스
하늘 울릴 울음으로
밤마다 성을 뒤흔들고
왕은 묻는다 이 짐
어디에 가둘 것인가
5.
명장 다이달로스 불러
만든 거대한 미궁
길은 있지만 끝없고
한 번 들어가면
돌아올 문은 없다네
6.
괴물은 그 속에 갇혀
세월 따라 자라 가고
아테네의 죗값으로
청춘 열넷 바쳐야
매번 문이 닫힌다
7.
그때 온 사나이 하나
아테네 왕자 테세우스
스스로 희생되어
미궁으로 들어가
왕의 저주 끊으려
8.
그를 본 아리아드네
심장처럼 실을 내어
한 줌 희망 건넨다
“이 실 따라 다시 와요”
사랑은 언제 용감한가
9.
미궁은 소리조차
길을 잃는 곳이거늘
칼끝으로 길을 묻고
심장으로 괴물 베어
침묵 속 숨 멎는다
10.
그 실타래 잡은 채로
어둠을 뚫고 나온다
사랑과 지혜 하나로
그는 인간의 미궁
스스로 탈출한다
11.
그러나 영웅의 밤은
기억보다 더 잔혹해
아리아드네 홀로 두고
돛도 검게 달려간다
사랑은 왜 늘 슬픈가
12.
남은 건 미궁뿐이라
시간마저 길을 잃고
신의 심판도 지친 채
돌과 바람 속에서
전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