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
헤스티아, 불꽃의 숨결
■
박성진 시인
■
헤스티아 – 불꽃의 숨결 (현대시조 12연)
1.
작은 불씨 하나로
집은 숨을 쉬었다네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그녀의 이름, 헤스티아
2.
신전보다 부엌이
왕좌보다 화롯불이
그녀에겐 더 성스러운 제단이었다
3.
사라지지 않는 불
꺼지지 않는 기도
불꽃 속에 머문 신의 속삭임 들리네
4.
전쟁 아닌 평화로
영광 아닌 일상에
신의 뜻을 심어주는 조용한 불씨여라
5.
올림포스 높은 곳
소란 벗은 여신은
자신의 자리 대신 불을 선택했더라
6.
제우스도 손 닿지 못할
그녀의 맑은 눈빛
모든 신이 머리 숙인 고요한 권능이여
7.
가장 처음 받았고
가장 마지막 남은
신탁보다 정결했던 첫 불꽃의 향기여
8.
전쟁 없는 신이요
사랑 없는 연민이요
바라보면 나를 닮은 고요한 존재더라
9.
세상은 불을 잊고
속도에 취한 시대에
그녀의 등불 하나가 삶을 밝혀주었다
10.
밥 짓고 물 끓이던
어머니의 그 숨결
그 안에 헤스티아가 가만히 살고 있네
11.
타오르는 불은 곧
사라지는 듯하나
그 잿속의 따뜻함은 천년을 품는다네
12.
나도 이제 불을 지펴
작은 집을 밝히리
세상 끝까지 꺼지지 않을 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