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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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오지 않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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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시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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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바람의 한을 닮아, 다시는 오지 않을 그날》
– 박성진
묘비마다 꽃잎이 앉는다
피지 못한 청춘들의
숨결 위에
5월의 바람은 엎드린다.
“우리가 사랑한 것은
나라였다.”
그 말 한 줄로
얼마나 많은 피가 말라갔는가.
진압이 아닌 짓밟힘이었고
보호가 아닌 학살이었다.
거짓 방송은 침묵을 덮고
진실은 방화 속에 타올랐다.
부모는 자식을 찾기 위해
총부리 앞에 무릎 꿇었고,
학생은 총알을 피해
시민의 품으로 숨었다.
그러나 죽음은 그들을 먼저 안아주었고
국가는 끝끝내 외면했다.
묘역에 선 나는
입술을 닫는다.
그날의 함성은
바람이 되어
내 양쪽 귀를 부수고 간다.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묘비는 바람에 몸을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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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시 평론
《5·18, 민주 바람의 무게에 관하여》
박성진 시인의 이 시는 **'국립 5·18 민주묘지'**라는 장소적 상징성과 함께
민주화운동의 본질, 그 고통과 참담한 기억을 되새기며
묵직한 언어로 민주주의가 어떤 대가로 지켜졌는가를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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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식과 미학적 구성
시는 군더더기 없는 직설적 언어로 이루어졌지만,
그 속에는 생명과 역사, 침묵과 절규가 교차한다.
'묘비', '꽃잎', '바람'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역사적 감정의 매개이자 시적 상징이다.
특히 ‘묘비는 바람에 몸을 떨고 있었다’라는 마지막 행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고통을 체화시키며,
시적 침묵의 미학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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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사적 진실의 직면
"진압이 아닌 짓밟힘",
"보호가 아닌 학살",
"거짓 방송", "방화 속의 진실" 등
시는 국가폭력의 본질을
피상적인 비판이 아닌
인간 존재에 가해진 상처로서 다룬다.
이는 5·18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살아있는 상흔임을 말해주는 구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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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춘과 죽음의 교차
시의 초반부에서 등장하는
“피지 못한 청춘들”과 “숨결 위에 엎드린 바람”은
죽은 이들에 대한 경건한 애도를 넘어서
살아 있는 이들에 대한 윤리적 응시를 강요한다.
그 바람은 우리 귀를 “부수고 간다”라고 했듯,
이 시는 독자에게 역사의 방관자가 되지 말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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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18의 문학적 계승
박성진 시는 고은, 김남주, 황지우 등이 남긴
저항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지금-여기, SNS 세대에게도 호소하는 감정 언어를 사용한다.
그는 민중의 억눌린 목소리를 미학적으로 치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그 점에서 이 시는
‘기억을 정치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감각하게 만드는 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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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국립 5·18 민주묘지는 국가가 시민에게 진 빚의 현장이다.
박성진 시인의 이 시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시의 헌화이다.
이 시가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의 감시자가 되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 되기를 바란다.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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