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병원/박성진 병원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윤동주 병원/박성진 병원




박성진 시인


「병원」


> 병원


아프지도 않다

이마를 짚어보아도 열 없고

청진기를 가슴에 대도

맥박은 점잖게 뛰놀고


병원에 누웠으나

의사는 오지도 않고

간호원도 오지 않고

친구도 오지 않는다


아니 온다고 해도

누구를 만난단 말이냐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다


바람이 창문을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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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평론


― ‘상실의 정원’에 드리운 무늬 없는 고독 ―


윤동주의 「병원」은, 육체의 질병보다 훨씬 깊은 정신적 결핍과 존재의 고립감을 포착하는 시이다. 병원은 전통적으로 회복과 치유, 혹은 이탈과 안식을 상징하지만, 윤동주의 병원은 역설적으로 치료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무대로, 아무런 상호작용도 없는 고요한 격리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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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연: “아프지도 않다” – 보이지 않는 병의 자각


> 아프지도 않다

이마를 짚어보아도 열 없고

청진기를 가슴에 대도

맥박은 점잖게 뛰놀고




이 첫 연은 정상이라는 비정상성을 노래한다. 열이 없고 맥박은 규칙적으로 뛰지만, 어딘가 이상한 이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시인은 이미 "병자"임에도 불구하고 병이 없다. 이 말은 곧, "의학적으로 진단되지 않는 병"이 존재함을 고백하는 것이며, 이는 청춘의 존재론적 불안, 혹은 시인의 정신적 상처를 암시한다.

"점잖게 뛰논다"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억제는, 외면적으로 멀쩡해 보이나 내면은 무너져 내리는 청춘의 고독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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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연: 방치된 자아의 누움


> 병원에 누웠으나

의사는 오지도 않고

간호원도 오지 않고

친구도 오지 않는다




치유의 공간에서조차 시인은 철저히 소외된 타자로 존재한다. 이 연은 인간관계의 단절, 사회와의 유리(遊離)를 강조한다.

‘의사, 간호원, 친구’는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관계자들이다. 의사는 구조적 시스템(제도), 간호원은 돌봄의 상징, 친구는 개인적 유대이다. 이 모두가 부재한 병원은 결국 세계로부터 격리된 내면의 감옥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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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연: "누구를 만난단 말이냐" – 대화의 부재


> 아니 온다고 해도

누구를 만난단 말이냐




여기서 시인은 결정적인 단절을 선언한다. 사람들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다는 감정, 곧 소통의 단절이 깊숙이 내면에 들어차 있다. 세상이 외면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시인의 자아는 고통의 방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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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연: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다 – ‘산 자’의 유언


이 시의 가장 비극적인 문장이자, 절망의 핵심부이다.


>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다




여기서 시인은 병원이라는 ‘살아있는 자의 공간’에서 죽은 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병원 침대는 병상이자, 관처럼 느껴진다.

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존재의 자화상이자, 아직 죽지 않았지만 세상과 끊어진 청춘의 모습이다. 1940년대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현실과 함께, 시인의 존재 의식의 퇴조가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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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연: 바람의 소리 – 가장 슬픈 위로


> 바람이 창문을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 결말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는, 삶에 대한 마지막 감각처럼 다가온다. 바람은 외부 세계의 유일한 방문자이며, 그저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시인은 그것조차 들으며 누워 있는 상태다.

이 장면은 생의 최소한의 감각마저 희미해지는 순간이며, 결국 **윤동주의 내면에 잠긴 '고요한 죽음의 정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마무리다.




결론:


「병원」은 육체의 병이 아니라, 시대적 병, 정서의 병, 청춘의 병을 말하는 시다. 이 시에 등장하는 병원은 결코 치유의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그곳은 희망도, 돌봄도, 인간도 부재한 정신적 공동묘지에 가깝다.

윤동주는 이 병원에 스스로 누워 있다. 청년기의 내면을 스스로 격리시키고,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는 자의식을 ‘죽음’으로 묘사하며,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침묵을 시로...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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