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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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서정 시 사포의 시 파편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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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처럼,
그리스 서정시 대표작 — 사포의 시 원문 (파편 31)
원문 (고대 그리스어):
> φαίνεταί μοι κῆνος ἴσος θέοισιν
ἔμμεν᾽ ὤνηρ, ὃς ἐνάντιός τοι
ἰσδάνει καὶ πλάσιον ἆδυ φωνεί-
σας ὐπακούει
> 그 사람은 신들처럼 보인다,
네 앞에 앉아
달콤한 네 목소리를 듣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보는 그 사람은. <
이 시는 사포가 한 여성에 대한 감정을 노래하며, 그녀와 이야기하는 남성을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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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평론 — 해석
사포의 이 시는 단순한 연정의 노래가 아니다. 이 짧은 시 속에는 여성을 향한 강렬한 감정,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그리고 인간의 존재적 흔들림이 담겨 있다.
사포는 남성이 ‘신처럼’ 보인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 자리에 자신이 앉을 수 없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즉, 이 시의 중심은 남성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자신의 결핍과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절절한 노출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공적 시에서 드러나기 어려웠지만, 사포는 그 시대를 초월하여 감정의 내면화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시는 감정의 외침이 아니라, 내면의 속삭임, 인간 존재의 불안과 흔들림을 시로 승화시킨 최초의 진실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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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현대 시조 8연 — 《그 여신 앞에》
> 1연
신처럼 보이누나
그대 앞에 앉은 이여
웃음소리 들으며
나의 자리 빼앗겼네
> 2연
말 건네는 그대여
나는 말도 못 하고서
가슴 끝에 불붙은
질투조차 말 못 하네
> 3연
들리지 않는 고백
내 심장은 뛰고 있다
눈빛 따라 아득한
꿈속을 헤매네
> 4연
너의 웃음, 그 향기
하늘의 축복 같아서
어찌하여 나 아닌
그가 그 곁 앉았을까
> 5연
사랑이란 단어는
아직 입에 담지 못해
다만 떨린 입술로
바람에게 묻고 있네
> 6연
불꽃처럼 타는 밤
내 심장의 그늘 속에
사랑은 무겁게도
이름 없이 사라진다
> 7연
나는 그저 시처럼
너를 향해 흐를 뿐이야
눈물 젖은 파르테논
돌기둥을 붙든다
> 8연
저기 앉은 그 사람
신이 아닌 걸 알면서도
너를 보는 그 눈빛
차라리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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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요약
원작의 핵심 감정인 사랑, 질투, 열망을 현대적 감정선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사포의 시적 주체는 ‘질투하는 시선’이지만, 박성진 시조에서는 자기 성찰과 존재의 고백으로 확장됩니다.
“파르테논 돌기둥”과 같은 그리스의 상징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며, 고대와 현대의 감정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였습니다.
*박성진 시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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