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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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 1,2,3, 부 연재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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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동파육, 시(詩)가 된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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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배선희
1부
> 가마솥 깊은 곳
서서히 익어가는
밤처럼 살결은 부드러워지고
기름 속엔 기다림이 녹는다
소동파 <소식>
시인이 남긴
문장보다 더한 풍미
시보다 더 시 같은 요리
2부
> 달큼한 술향 속
붓보다 칼을 든
유배지의 시인,
고기 한 점에
서정을 버무리다
가열된 적막,
그 불길 속에서
시인은 말없이
육즙의 철학을 남긴다
3부
> 젓가락 사이로
무너지는 결결의 시문
혀끝에 퍼지는
명문장의 고요한 운율
고기라 하지 말고
이건 시라고 하라
인생의 눅진한 깊이,
한 조각 속에 응축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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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시의 솥단지, 고기의 운율 – 동파육이 된 시”
평론: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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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장보다 더 시 같은 요리
배선희 시인의 ‘동파육’ 3부작은 단순한 음식에 머물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미각의 시가 아니다. 한 시인이 솥 안에서 ‘언어를 고기처럼 익히는’ 신비로운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소동파의 유배지, 휘청이는 정치의 소용돌이, 그 속에서 고기는 단순한 반찬이 아닌 철학적 잉크가 되었다. 이 시편에서는 그 고기를 "밤처럼", "기름 속에 기다림이 녹는다"라고 표현한다. 시어 자체가 고기의 시간성과 온도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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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를 끓이는 불의 정념
2부로 들어오면 시인의 감각은 가열된다. “붓보다 칼을 든 시인”이라는 대목에서, 시인이 음식이라는 예술로 방향을 전환한 모습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시가 아니라 삶을 써 내려간 그의 조리법은 "가열된 적막"이란 말로 응축된다. 유배지의 외로움과 시인의 뜨거운 침묵은 고기 안에 고이 스며든다. 이는 시가 아니라 **‘씹히는 고독’**이며, **‘삼켜지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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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기 속 문장, 혀끝 운율
3부에 이르러 이 시는 절정에 도달한다. 젓가락 사이로 무너지는 고기는 단순한 고기가 아니다. 그것은 “결결의 시문”, 곧 한 줄 한 줄 쪼개 읽어야 하는 시이다. 혀끝에서 퍼지는 “명문장의 고요한 운율”은, 음식의 향보다 깊은 인생의 농도이다. 이쯤 되면 시인은 말한다.
> "고기라 하지 말고 / 이건 시라고 하라"
문학이 혀끝에 닿고, 요리가 가슴을 적시는 순간이다. 동파육은 시의 형식으로 변신한 유산이다. 유배된 한 시인의 육체적 감각과, 삶을 담아낸 정서의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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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리 시학(詩學)의 재해석
이 시는 “음식도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선다. 음식이 시보다 더 시적일 수 있다는 선언이다. ‘기다림이 녹는다’는 구절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인내와 내공의 은유다. 이 시를 맛본 사람이라면 안다. 뜨겁게 끓는 마음속에서 익어야 비로소 부드러워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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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파육, 문명의 맛이자 인문의 정수
‘동파육’은 요리가 아닌 유산이다. 유교적 품격, 시인의 고독, 철학의 무게가 한 점 고기 속에 담겨 있다. 배선희 시인은 그 고기를 현대적 시어로 재조리하여, 독자의 감각에 뜨겁고 부드럽게 올려놓았다. 독자는 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읽고 삼키며 음미하는 시적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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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의 메시지:
“삶은 오래 끓일수록 깊어지고, 시는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난다.”
배선희의 '동파육'은 그 둘을 한 그릇에 담았다.
*시인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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