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 뭉크 1부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에드바르 뭉크

《에드바르 뭉크 1부 : 불안의 화가, 영혼을 그린 붓》

― 박성진 시인의 미술평론


1. 뭉크의 생애 – 그림자 속을 걷는 삶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노르웨이의 수도 크리스티아니아(현재 오슬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인생은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고독, 병마의 불길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가 다섯 살 때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열네 살에는 누이 소피에가 같은 병으로 사망합니다. 아버지는 엄격한 루터교 신자였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뭉크의 정신세계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그의 가족사 전체가 하나의 **'비극적 연극'**과 같았고, 그 무대 위에서 뭉크는 일생 동안 죽음과 사랑, 불안과 광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데 삶을 걸었던 그는, 19세기말 유럽을 휩쓴 상징주의(Symbolism)와 표현주의(Expressionism)의 선구자로 자리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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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요 작품 – "비명을 지르는 영혼"


1) 《절규》(The Scream, 1893)


뭉크를 상징하는 대표작. 붉게 물든 하늘과 물결치는 풍경 속, 귀를 막은 채 비명을 지르는 인물의 형상은 현대인의 실존적 공포와 고독을 응축해 냅니다.

그의 말처럼 *“자연을 뚫고 나오는 끝없는 비명소리”*를 담은 이 작품은 단순히 감정 표현을 넘어서, 영혼 자체의 절규를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은 이후 앤디 워홀, 영화 「스크림」, 팝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고, 20세기 불안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습니다.


2) 《병든 아이》(The Sick Child, 1885–1886)


죽어가는 누이 소피에의 기억을 담은 작품. 거칠고 지운 듯한 붓질, 흐릿한 얼굴은 죽음 앞의 무력함을 극적으로 그려냅니다. 초기에는 비판받았지만, 이후 그의 상징적 회화의 시작으로 재조명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뭉크는 사건의 외형보다 감정의 내면을 그림의 중심에 둡니다.


3) 《키스》(The Kiss, 1897), 《마돈나》(Madonna, 1894–1895)


사랑은 뭉크에게 ‘축복’이 아니라, '불안한 예감'이었습니다. 《키스》는 애욕 속에 얼굴이 융합되어 가는 남녀의 모습, 《마돈나》는 생명과 에로스의 신비와 동시에 종교적 두려움까지 담아냅니다.

그의 사랑 그림들은 대부분 에로스-타나토스(Eros-Thanatos), 즉 사랑과 죽음의 이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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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업적 – 표현주의의 선구자


표현주의의 아버지

뭉크는 독일 표현주의(Die Brücke, Der Blaue Reiter) 운동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감정을 사실보다 우선시했고, 내면의 진실을 과장된 형태와 색채로 그려냈습니다.


미술의 심리학화

뭉크는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과 궤를 같이하는 미술을 펼쳤습니다. 그의 그림은 한 편의 심리극이자 꿈과 불안, 무의식을 시각화한 정신의 자화상입니다.


『생의 연작』(The Frieze of Life)

사랑, 불안,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룬 일련의 작품군을 통해 그는 "인생을 그리는 시인"이자,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삶 전체를 하나의 서사시처럼 구상하며 화폭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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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박성진 시인의 평론 – “뭉크는 색으로 운다”


뭉크의 그림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오히려 찌그러진 얼굴, 일그러진 손, 붉게 타오른 하늘 속에서 “감정의 증폭기”가 된다. 그는 붓으로 그리지 않는다. 심장으로 그린다. 피로 그린다.

《절규》에서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다. 그러나 그건 석양이 아니다. 뭉크의 내면이 불타오르는 붉은 혈관들이다.


뭉크는 늘 병과 광기, 그리고 사랑의 상처 속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랑을 그려도 아름답지 않다. 《마돈나》는 성모와 창녀의 경계에서 요동치고, 《키스》는 오히려 공포스럽다.

그의 그림에서 사랑은 구원이 아니라, 상처의 시작이다.


뭉크는 질문한다.


> “당신의 고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화폭 너머, 스스로 대답한다.


> “이 얼굴이 바로 나의 고독입니다.”

“나는 절규하는 자연 속에서, 절규하는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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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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