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육, 유배의 맛 <연재 8부>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박성진 시인 동파육 유배의 맛 <연재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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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원문


《동파육, 유배의 맛》 - 박성진 시인 창작

동파 소식의 혼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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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름 한 점 속에 술 한 사발 녹이고서

가마솥 뉘엿뉘엿 달빛처럼 익혀내니

밤도 함께 졸여지는 유배의 한 점 고기


2.


벽계수 맑은 물결 흐르듯 핏물 뺀 뒤

팔팔 끓는 노을 속에 속세 욕심 던지니

삼백일 순정을 담아 천천히 삶아낸다


3.


사향처럼 밴 사념, 정적 속에 우려 지고

나무 향은 시정으로, 살결은 시심 되니

고깃결 한 올 한 올에 방유지가 배었다


4.


달빛 머문 고기결에 시 한 수를 써보니

풍류가 탔다 하여라 기름 위로 넘실대고

한 조각에 우국충정 오장육부 울린다


5.


죄인이 아니라 시인, 국문 아니요 요리

글을 끓인 그 냄새로 백성들 웃게 하니

유배는 내 요리방, 국사는 내 조리법


6.


관원들은 코를 찡그려 소금 던져두고도

백성들은 그 향기에 밥 세 그릇 비우더라

어느 것이 참 국록인 줄 천심은 안다 했지


7.


관아 뒤편 토굴에서 불빛 하나 흔들릴 때

연기되어 오른 노래, 고깃속에 가라앉고

시는 익어 묵은 맛에 달관조차 익었다


8.


날은 저물고 정은 깊어 술은 식어가는데

국물 위로 뜨는 구름조차도 향기롭다

인생은 저리 흐려져도 맛은 남는 법이라


9.


천년 뒤에 외국사람 젓가락을 놀릴 적엔

나 소식이 꿈속에서 웃음 짓고 있겠지

“입 안에 국화 피네, 유배의 시가로다”


10.


술이 식어 눈물 되고, 기름이 되어 웃을 때

그대는 알까 이 고기엔 목숨도 졸여졌음

시인의 간장 간장마다 조국은 절여졌지


11.


다만 나는 묻노라, 무엇이 진짜 뜨거운가

솥 안의 고긴 가, 역사의 부글댐인가

한 수 적고 젓가락 내려놓는 이 떨림인가


12.


동파육은 남았건만 동파는 떠났노라

하나 이 맛 천년 지나 시인들을 깨우리니

맛이란 건 결국 詩, 뜸 들인 언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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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문학 평론


《유배의 맛, 詩의 육즙으로 졸이다》 - 박성진 시인 평론


이 시조 12연은 단순한 요리의 풍미를 넘어, 유배된 시인의 내면적 숙성과 민중적 위안의 상징으로 동파육을 바라본다. 소동파의 풍류, 고통, 초탈, 그리고 민심이 이 열두 그릇에 담겨 있다.


시의 첫 연에서 시인은 “기름 한 점 속에 술 한 사발 녹인다”라고 했는데, 이는 단순한 요리적 묘사가 아닌 욕망과 풍류의 상호 용해다. 기름(俗)과 술(雅)을 끓여내는 과정은 곧 유배지에서의 자기 연단이기도 하다.


두 번째 연에서 핏물을 뺀다는 표현은, 과거의 죄의식 혹은 억울함을 정화하는 과정이다. 이는 소동파의 자기 성찰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동파육은 핏물을 빼고 삶는 과정이 핵심인데, 그것은 유배라는 '불의의 삶' 속에서 사색을 통해 ‘몸을 정화’하고 ‘혼을 삶아낸다’는 은유로도 볼 수 있다.


네 번째 연과 아홉 번째 연은 매우 인상적이다. 동파육의 결 위에 시를 쓴다? 이는 시문학과 요리의 본질적 통합을 시도한 장면이다. “한 조각에 우국충정 오장육부 울린다”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 몸으로 시를 쓴다는 고통의 감각이자, 국사에 대한 충성심의 구현이다.


여섯 번째 연의 "백성들은 그 향기에 밥 세 그릇 비우더라"는 대목은, 문학의 효용성과 민중적 사랑을 동시에 드러낸다. 관리는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백성은 먹었다. 이것은 문학과 예술의 궁극적 독자는 권력이 아닌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묵직한 선언이다.


열 번째 연에서 "시는 익어 묵은 맛에 달관조차 익었다"는 말은, 동파육이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삶의 철학이 되어가는 과정을 형상화한 대목이다. 시인의 철학이 삶의 온도에서 우러날 때 비로소 그것은 철학도 되고 문학도 된다.


마지막 12연에서 “맛이란 건 결국 詩, 뜸 들인 언어더라”라는 구절은 전체 시조의 핵심 메시지이자 귀결이다. 시인이 삶을 삶고, 고기를 삶고, 언어를 졸여냈을 때, 그것이 동파육이자 시라는 놀라운 등가관계를 완성한 것이다.


이 장시조는 전통시조의 형식과 현대적 감각, 그리고 요리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교묘하게 직조한 매우 독창적인 시편이다. 소동파의 유배를 비극이 아닌 **맛과 시로 승화시킨 ‘고기詩의 경지’**로, 단연코 현대 시조문학의 이채로운 획이라 할 만하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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