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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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음식과 문학의 시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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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 입속의 문장 하나
— 음식과 문학의 시조 에세이 6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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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
솥 안에 붉은 달이 지듯 고기 익는다
기름결 살살 타며 속절없이 녹는다
맛 하나에 눈물 둘, 그대는 알고 있는가
> 평론:
첫 연은 ‘붉은 달’이라는 시적 이미지로 동파육의 조리 과정을 묘사합니다.
기름의 흐름과 고기의 연화는 시간과 감정의 은유이며, 혀끝의 맛보다 마음의 기억이 먼저 익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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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
들썩인 뚜껑 속에 시가 고요히 잠들고
팔팔 끓는 육즙 위로 사유의 거품 인다
시인 하나 유배되니 인류가 맛을 얻어
> 평론:
동파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유배된 시인의 슬픔이 배인 시적 요리입니다.
‘사유의 거품’은 음식의 향기와 문학의 상상력이 함께 부글대는 광경을 표현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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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
비계와 살 사이에 철학이 숨어 있네
녹진한 그 틈 사이, 역사의 진실 배어
씹을수록 깊어진다, 시대의 국물 맛이
> 평론:
비계와 살의 층위는 단순히 식재료가 아닌 철학적 이중성입니다.
시대의 진실은 단단히 졸인 국물처럼, 씹고 음미하며 천천히 알게 되는 것임을 시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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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
세상살이 어렵거든 솥을 한번 들여다봐
간 맞출 줄 아는 자, 삶의 균형도 안다
불 조절이 인생이요, 뜸 들임이 사랑이다
> 평론:
이 연은 동파육을 삶의 은유로 끌어온 핵심적 부분입니다.
‘불 조절’은 감정의 통제, ‘뜸 들임’은 관계의 시간입니다. 조리는 곧 인간관계의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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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
고기 한 점 들고서 시구 하나 떠올리니
입속에 머무는 건 단백질 아닌 시상
혀끝에서 번지는 건 연민, 그리고 인간
> 평론:
이 시조는 음식과 문학의 본질이 결국 ‘인간 이해’ 임을 선언합니다.
한 점의 고기가 시를 부르고, 시는 다시 인간을 맛보게 한다는 순환적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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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
다 먹고 난 그릇엔 윤기만 남아 있고
비운 접시 아래론 감정이 스며있네
문장은 맛으로 쓰고, 맛은 시로 기억돼
> 평론:
마지막 연은 이 모든 음미의 여운을 정리합니다.
*‘문장은 맛으로 쓰고, 맛은 시로 기억된다’*는 구절은, 동파육이라는 음식이 어떻게 문학적 향기로 남는지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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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어(結語)
"입속에 오래 남는 시는, 혀끝에 살짝 스친 맛이다."
이 시조 6연은 단지 음식에 대한 찬사가 아닙니다.
맛이란 기억의 문장이며, 문학이란 또 다른 음식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조용한 연회입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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