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땅굴 북한식 말투 풍자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박성진 시인 -병사와 장교의 대화 1부



*시조 6연


「제2땅굴 아래서」 – 병사와 장교의 대화

– 북한식 말투 풍자 시조 –


1연

캄캄한 지하 속에 곡괭이만 믿고 간다

서울은 코앞이라 장군님 꿈꾸셨네

“또 한 뼘 팠습네다! 기쁜 듯 고함친다


2연

땅만 파다 장갑 찢기고 내 정신도 마모돼

“동무, 숨소리 조심해, 서울이 들을라요”

서울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없더라


3연

장교는 그믐달 같이 그림자 되어 웃고

“동무야, 혁명의 길은 땅 속부터 시작이야”

그러면서 담배만 피우니 속이 다 매캐해


4연

소주는 꿈속에서나, 오늘도 물배 채우고

“남조선 코앞이라” 지도만 또 들여다봐

지도는 꿈인데다 땀은 현실이로구나


5연

굴 안은 냄새 깊고 발끝이 뭉그러지니

장군님 사진마저도 뿌옇게 흐려지고

“다 됐습네다!” 하면 또 한 길 더 파라고


6연

물 새고 바위 꺼지면 나의 청춘도 꺼진다

그러면 장교 웃으며 “동무는 충신이야”

충신도 밥은 먹어야 내일도 팔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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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시조 평론


「풍자적 지하극 – 땅굴과 인간의 고백」


이 시조는 북한의 제2땅굴이라는 역사적 현실을 기반으로, 병사와 장교의 가상 대화를 통해 북한 체제의 어두운 이면을 풍자한 작품이다. 시인은 병사의 말투에 북한 특유의 억양과 관료주의적 허무함을 녹여내며, 장교의 입에서는 혁명이라는 구호 아래 숨겨진 무책임을 꼬집는다.


시조 1연과 2연에서는 “서울은 코앞”이라는 반복적 구호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음을 병사의 눈으로 조롱하고 있으며, 이때의 어투는 진지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쥐새끼 한 마리도 없더라”는 구절은 그 허망함의 결정판이다.


3연과 4연에서는 장교와 병사의 대비가 선명하다. 장교는 그럴싸한 말로 병사를 다그치지만 정작 그는 고된 노동에는 손대지 않는다. “그믐달 같이 그림자 되어 웃고”라는 구절은 말 없는 권력자의 전형을 압축적으로 그린다.


5연과 6연에선 시인의 날카로운 풍자가 절정을 이룬다. 장군님의 사진마저 흐려질 정도로 힘든 노동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드러낸다. 특히 “충신도 밥은 먹어야”라는 마지막 구절은, 체제의 충성도 결국은 인간의 기본 생존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는 냉철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단순한 해학을 넘어, 북한의 체제적 허상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고통을 웃음 뒤에 묵직하게 던지는 풍자시조이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갈망하는 인간의 생생한 감정이, 그 곡괭이질 하나하나에 실려 있다.


*박성진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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