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땅굴 북한 병사 삽질하며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박성진 시인 제3땅굴 속의 북한병사의 대화



* 장시조 「제3땅굴」


(캄캄한 땅속, 북한 병사 둘이 삽질하며 나눈 대화)


1.

깜깜허구만요 동무, 햇빛 본 게 언젠가

모래밥에 고무신짝, 삽이야 친구지 비

남조선 가가보자, 점심은 짜장일게요


2.

간부 동무 말허기를, 남조선은 썩었다요

근디 말입네다 동무, 티비로 보니 화려해

우린 왜 파고 있소, 이게 다 혁명입네까


3.

땅굴은 입 닫고 파오, 질문 많은 건 간첩

설마 남조선 놈들이, 모를 줄 알았는가

요새는 쥐도 감시하오, 심장으로 삽질하오


4.

집에선 기다리는데, 여동생 돌 생일이요

고무줄 치던 그 애가, 장마당도 못 간댑디

우린 왜 땅만 파요, 하늘은 죄가 없는데


5.

한 삽은 체제 위하여, 두 삽은 명예 위하오

세 삽째 숨넘어갈 때, 간부는 담배 피우지

혁명도 목 아픕디다, 땅도 다 퍼진다요


6.

캄캄한 땅굴 끝에는, 빛보다 큰 침묵 있소

혁명은 말이 많지만, 밥은 별로 못 먹소

파다가 깨달았소, 지상은 사람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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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캄캄한 땅굴에서 핀 해학과 진실의 삽질」 – 박성진 시인의 평론


이 시조는 "제3땅굴"이라는 실제 존재하는 분단의 상징을 배경 삼아, 북한 병사들의 대화를 시조라는 전통적 형식에 담아낸 해학적 풍자극이다.


무겁고도 폐쇄된 땅굴이라는 공간은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상의 감옥이자 인간적 소외의 현장으로 기능한다.


1연에서 보듯, 병사들은 햇빛보다 삽에 익숙하고, 남조선의 짜장면에 대한 소박한 희망으로 땅굴을 판다.


2연에서는 체제선전에 의문을 품는 병사의 솔직한 말이 등장하며, 체제의 모순을 드러낸다.


3연의 "질문 많은 건 간첩"이라는 대사는 북한식 공포정치를 짧게 압축한 해학적 언어다.


4연은 인간적 그리움이 번뜩이며, "하늘은 죄가 없는데"라는 시어는 절망 속에서 피어난 순수의 역설이다.


5연은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착취당하는 병사의 자조가, 담배 피우는 간부와 대비되어 풍자의 정점을 찍는다.


6연의 마지막 구절 “지상은 사람 사는 곳”은 땅굴이라는 비인간적 공간과 대비되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과 상식을 상징적으로 회복시키는 문장이다.



이 작품은 북한 병사의 사투리를 그대로 살려 풍자와 애환을 엮어냈다는 점에서 시조의 현대적 변용이라 할 수 있다.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소리는 웃음과 한숨 사이에서 살아있다.


*박성진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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