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의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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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인의 한겨울의 산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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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
〈한겨울의 산등성〉
거무튀튀한 산등성은
수묵화 거무튀튀한
산등성은 바람을 맞으며
흔들린다
사람들의 마음처럼
싸한 모습이다
산등성 한겨울
그래도 우리는
잘 이겨내자
마음속 다짐을 해본다
힘들어도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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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평론
《거무튀튀한 산등성이 우리 마음을 닮았다》
김은심 시인의 「한겨울의 산등성」은 단아하고 절제된 언어 속에 우리 시대의 상흔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낸 짧은 수묵화 같은 시다.
시의 첫 행에서 반복되는 "거무튀튀한"이라는 형용사는 시 전체의 정서를 이끄는 중요한 음조(音調)다. 이것은 단순히 색감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시인이 바라본 겨울 산등성이의 깊은 무게, 그리고 그것이 닮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단면을 상징한다. "수묵화 거무튀튀한"이라는 구절은 마치 한국화 한 폭을 보는 듯한 감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는 정적(靜寂)과 고단함이 묻어난다.
"산등성은 바람을 맞으며 / 흔들린다"는 구절은 물리적 풍경을 넘어선, 시대의 찬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존재의 고단함을 떠오르게 한다. 여기서의 흔들림은 나약함이 아니라, 버텨내는 존재의 생존이다. 이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 싸한 모습이다"는 구절은 시인이 자연에 투영한 인간 심상의 결빙(結氷)을 보여준다. 이 싸함은 물리적인 추위가 아니라 정서적 황량함이며, 동시에 그 안에 도사린 슬픔과 고독, 혹은 삶의 피로이다.
하지만 이 시는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시적 화자는 "그래도 우리는 / 잘 이겨내자"며 조용한 다짐을 한다. 이 '우리'는 시인의 개인적 독백이기도 하고,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마음속 다짐을 해본다"는 고백은 나직하지만 단단하고, 마지막 구절 "힘들어도 봄은 온다"는 말은 단순한 계절의 순환을 넘어선 정신적 위안이다.
시인은 겨울 산등성이에 우리 사회의 상처와 피로를 조용히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작은 희망을 틔운다. 거무튀튀한 삶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봄은 반드시 도래한다는 신념. 그것이 이 시의 핵심이다.
이 시는 거창한 수사를 피하고, 담백한 언어로 시대적 공감과 개인의 다짐을 아우른다. 그래서 더욱 진실되고 아름답다. 고요한 한 장의 수묵화처럼, 이 시는 우리의 마음 한 귀퉁이에 조용히 내려앉아 위로를 전한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