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심 시인의 시를 박성진 시조화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한겨울의 산등성


*박성진 평론, 시인, 칼럼니스트


*시조 6연


〈한겨울의 산등성이, 거기 사람 살지요〉

김은심 시 / 박성진 시조화


1.


거무튀튀 산등성이 수묵칠을 한 듯하네

먹을 찍은 붓끝처럼 골골마다 눌러앉고

어디선가 까치 울고 바람도 휘청인다


2.


솟은 능선 헝클어진 머리칼로 보이거니

세상살이 꼬인 듯이 가닥가닥 헝클어져

산신령도 머쓱타며 헛기침만 하고 간다


3.


바람결에 들려오는 사람들의 한숨소리

산도 듣고 몸을 굽혀 거기 귀를 기울이고

소나무도 말없이 긴 회초리를 들고 있다


4.


“야야, 겨울이 그렇지 뭐! 조금만 참자꾸나”

산도 나무도 다 그러고, 내 속도 얼어붙고

눈 오는 밤 국밥처럼 뜨끈한 말이 그립다


5.


“그래도 우리 견뎌야지” 종종걸음 걸어간다

손등 시린 삶이라도 호호 불며 걷다 보면

눈길 위에 발자국도 작게 웃음 찍히리라


6.


검은 산도 다시 푸르니 인생 또한 그렇겠지

봄이 오면 진달래도 앞산부터 터지리라

오늘도 이 산 오르며 마음 하나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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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의 해학적 평론


《산등성이에 묻은 유머와 다짐, 그 슬쩍 웃는 봄》


김은심 시인의 「한겨울의 산등성」을 바탕으로 시조 형식으로 다시 쓴 이 작품은, 절망을 품은 풍경 안에서 해학의 정서를 포개어 삶의 무게를 웃음으로 반감시킨다. 겨울의 산은 그 자체로 무겁고 침묵에 가깝지만, 이 시조는 무거운 풍경 위에 살짝 미끄러지는 웃음 한 줄을 그어 넣는다.


▣ 풍경에 웃음을 입히다


1연과 2연에서는 거무튀튀한 산을 ‘수묵칠’과 ‘헝클어진 머리칼’로 비유한다. 이는 어두운 풍경을 단지 침울하게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풍경의 엉성함을 인간적인 위트로 녹여낸다. *“산신령도 머쓱타며 헛기침만 하고 간다”*는 구절은 마치 시인이 산을 응시하며 한숨짓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설정한 작은 해학극이다.


▣ 고단한 삶의 공감, 그러나 웃음으로


3연과 4연에선 바람에 실린 한숨과 산의 응답을 연결시키는 순간, 산은 더 이상 단순한 자연 배경이 아니다. 공감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눈 오는 밤 국밥처럼 뜨끈한 말이 그립다”*는 표현은 겨울 속 고달픈 인간사의 심리를 절묘하게 찔러낸다. 이 대목은 시의 백미다. 찬바람을 가르는 국밥 한 그릇의 온기처럼, 한 마디 따뜻한 말이 그립다는 속마음은 해학 뒤에 숨은 진심이다.


▣ 발자국에도 웃음이 찍힌다


5연의 *“눈길 위에 발자국도 작게 웃음 찍히리라”*는 구절은 특히 시인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비극을 비극으로 남기지 않고, 비틀어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고전적 해학의 진수다. 여기에선 삶을 헤쳐나가는 지혜가 깃든다. 시조라는 형식이 가지는 유연한 질감은 이 구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 마지막은 늘 봄이다


6연은 자연의 순환에 기대어 희망을 다시 붙든다. *“진달래도 앞산부터 터지리라”*는 구절은 시의 끝자락에 희망이라는 리듬을 쥐여준다. 이때 희망은 과장되거나 선동적이지 않다. 산속에 숨은 진달래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히 다가오는 변화다. 시조의 마무리 정서가 참 고요하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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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소회


김은심 시인의 시는 겨울 산등성이에서 인간의 고단한 마음을 꺼내 보이지만, 박성진식 시조에서는 그 고단함 위에 ‘살짝 미소 짓는 혀끝의 언어’를 얹는다.

웃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시조는 해학으로 삶의 겨울을 넘고, 웃음 뒤에 숨은 진지함으로 희망을 직조한다.

겨울산을 오르는 우리의 마음에도 어느새 작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되어, 삶의 바람을 이겨내는 연료가 된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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