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금 같은 사람

박성진 시인 평

by 박성진

김은심 시인의 꽃소금 같은 사람



*김은심 시


〈꽃소금 같은 사람〉


꽃소금 같은 사람

난 꽃소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양념 중

꽃소금 같은 사람

없으면 절대로 안 되는 꽃소금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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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평론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간을 맞추는 존재 - '꽃소금 같은 사람'의 대서사시》


김은심 시인의 이 짧은 시는 마치 삶의 백미(白眉)를 한 줌의 소금으로 눌러 쥔 듯하다.

이 시를 읽는 순간, 평범한 조미료 하나에 우리의 존재론이 얹히고, 인생의 대서사시가 압축된다.


1. ■ 짠맛이 인생이다 – 존재의 기본값


“꽃소금 같은 사람”이란 표현은 너무도 조용하고 겸허하다.

그런데 이 속엔 깊은 존재의 본질이 숨어 있다.

우리는 ‘설탕 같은 사람’, ‘꿀 같은 사람’처럼 달콤한 존재를 선호한다. 그러나 인생의 맛은 단맛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간이 맞는다는 것. 그것은 존재가 존재를 이해하고 어울리는 과정이다.

김은심 시인이 ‘꽃소금’을 소환한 이유는 바로 그 점에 있다.

없으면 안 되는 것.

조용하지만 꼭 있어야 하는 것.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모든 맛을 조율하는 존재의 중심.


꽃소금은 흔한 소금보다 입자가 곱고, 순수하며 섬세하다.

이 시가 말하는 '꽃소금 같은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드러나지 않지만 관계와 공동체를 지탱해 주는, 진짜 사람이다.


2. ■ 대서사시의 주인공은 결국 '소금 같은 존재'


그리스의 영웅서사시에는 전쟁과 정복, 신과 인간의 대립이 펼쳐진다.

하지만 김은심의 서사는 **‘생활의 영웅서사시’**다.

대단한 무공도, 장대한 여정도 없다.

그 대신, 식탁 위에 조용히 놓인 소금 한 병의 고요한 헌신이 있다.


이 시의 ‘나는’ 드러나지 않기를 원한다.

“간 맞췄어?” 하고 묻는 순간, 그 맛을 살리는 이는 언제나 숨어 있는 자다.

‘꽃소금 같은 사람’은 그래서 서사의 배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중심, 말없는 주인공이 된다.


그렇다. 위대한 서사는 반드시 대검을 들고 적을 베는 자가 아니라,

밥상에 소리 없이 올라온 정직한 소금처럼

삶의 바탕을 맞추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3. ■ ‘절대로 안 되는’ 사람 — 관계의 절대성


시인은 말한다.


> “없으면 절대로 안 되는 꽃소금”




이 구절은 너무도 간단하지만, 실은 놀라운 절대성의 선언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관계를 맺는다.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사람도 있고, 스쳐가는 인연도 있다.

그러나 인생에는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

없으면 안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 시의 마지막 한 줄은, 인간 존재가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진정성의 정점을 꾀는 순간이다.


이 구절은 결국, **"나도 누군가에게 없어선 안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절실한 소망이자,

현대인의 외로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감정의 십자로다.

그것은 바람이자 고백이고, 존재의 증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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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맺으며 — “인생은 짠맛을 기억하는 일이다”


김은심 시인의 시는 짧지만, 그 안엔

묵직한 인생 철학과 조용한 희망, 그리고 자기 성찰이 담겨 있다.

'꽃소금 같은 사람'이란 말은 단지 ‘좋은 사람’의 다른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을 조율하고, 함께 어울리는 책임 있는 존재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이 시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맛을 더해주는 사람인가?”

그리고 조용히 말해준다.

“짠맛 없이는 인생도, 관계도, 삶도 간이 맞지 않는다”라고.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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