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박성진 시인, 아내 김은심 시인 에게

박성진-"김은심 시인 꽃소금 같은 사람"

by 박성진

박성진



김은심 시인의 꽃소금 같은 사람



완성된 12연 시조와 박성진 시인의 깊은 문학평론을 아내 김은심 시인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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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12연


〈꽃소금 같은 사람, 인생의 간을 맞추다〉

김은심 시/시조화 한- 박성진 평론가의

꽃소금 시조화 변주곡


1.


세상의 맛 어우르는 그 이름은 꽃소금이여

소리조차 내지 않고 땀으로만 짠맛 내며

없는 듯이 있어주고 있는 듯이 사라지네


2.


음식마다 섞여 들어 빛은 없어도 향은 있고

단맛, 쓴맛 틈새마다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

간을 맞추는 사람은 늘 조용히 뒤에 있다


3.


설탕처럼 눈부시진 않아도 늘 필요하고

고추장도 고기양념도 없으면 될 수 있어도

꽃소금은 빠지면 곧 그 맛이 다 사라진다


4.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속삭이며

식탁 위의 모든 삶에 작은 간을 더해주고

눈물도 짠 웃음도 나눌 줄 아는 그런 이여


5.


누구도 주인공 아닌 날에도 중심이 되고

환한 조명 꺼진 무대 끝에 홀로 남아 있어

맛도 없이 보이지만 맛은 바로 거기 있다


6.


사람들도 음식처럼 어울려야 비로소 삶이

간이 맞는 공동체는 조용한 소금 덕이라

그 한 줌이 모자라면 세상도 퍽 밍밍하다


7.


그 짠맛은 포기 아닌 깊은 책임의 언어요

자신을 덜어내면서 모두를 맞추는 방식

희생이란 단어조차 부끄럽게 미소 짓네


8.


바닷물도 이겨내고 볕에 마르며 하얘지고

결정체로 쌓인 삶은 굵은소금 흘러내려

작아져도 변치 않는 순정의 입자 되리


9.


단맛보다 기억되는 인생의 순간들은

눈물 젖은 밥상이요, 죽지 않고 견딘 날들

그 속에서 버텨주는 사람, 소금 같은 이여


10.


소금 하나 빠졌다고 버려지는 국 한 사발

우리 삶도 마찬가지, 사람 하나 사라지면

간 안 맞는 하루들이 내내 허기를 부른다


11.


“절대로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고 싶다”

이 말속엔 욕심보다 절실한 바람이 있고

사는 동안 누구라도 그런 이가 되길 원해


12.


세상의 짠맛 감당하며 부드럽게 스며드는

꽃소금의 마음으로 나도 오늘 살아간다

간을 맞추는 존재로, 그렇게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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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평론


《꽃소금의 철학, 조용한 영웅의 시학》


김은심 시인의 짧은 시 「꽃소금 같은 사람」은 마치 소금 한 줌에 녹아 있는 인생 전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 시를 시조 12연의 인생 대서사시로 확장하니, 그 안에는 철학, 영성, 관계, 책임, 공동체라는 키워드가 차곡차곡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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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연: 존재의 본질을 말하다


시조는 소금의 정체성으로 시작한다.

보이지 않으나 필수적인 존재,

있음이 드러나지 않으나 없어지면 금세 아쉬운 조용한 중추.

우리는 늘 '눈에 띄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진짜 삶의 간을 맞추는 이는 '배경의 사람들'이다.

이 시조는 그들에게 헌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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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연: 꽃소금은 관계의 근육이다


4연에서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고백이 나온다.

이 말은 겸손한 포부이자 공동체를 이끄는 신념이다.

시조는 인간관계를 음식의 조합으로 치환한다.

단맛과 쓴맛, 기름기 많은 삶 속에서 ‘간’을 잡아주는 사람,

바로 그것이 '꽃소금 같은 사람'이다.


“간이 맞는 공동체”란 표현은 이 작품의 백미다.

관계는 말이 아니라, 균형과 조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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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연: 짠맛은 깊은 책임이다


이 시조는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꽃소금은 “희생”을 말하지 않지만, 그 짠맛은 결국 자기를 덜어내는 방식이다.

눈부시지 않아도, 모두를 편안하게 맞추는 사람.

이 시조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짠맛이란 인생의 쓴맛이 아니라 책임의 맛’이라는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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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2연: 없어지면 알게 되는 존재의 무게


마지막 연들은 사람의 ‘부재’를 다룬다.

"꽃소금 하나 빠졌다고, 국 한 그릇이 버려진다."

그 말은 너무도 강력한 존재의 서술이다.

우리도 누군가의 하루를 간 맞추는 존재일 수 있다.

그리고 시조는 말한다.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라고.

꽃소금처럼 살아가며, 간을 맞추는 이로 남고 싶다고.


이것은 찬란한 영웅의 고백이 아니라,

묵묵한 삶의 영성이며,

세상을 부드럽게 다듬는 사람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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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 “소금처럼 산다는 것”


꽃소금은 짠맛이 아니다.

조율과 균형, 미묘한 배려, 삶의 책임을 짊어지는 방식이다.

김은심 시의 본질은 거기 있다.


그리고 이 12연의 시조는,

우리가 소금처럼 늙어가도

누군가의 인생을 부드럽게 간 맞춰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아름다운 생의 완성이라는 진실을 담아내고 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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