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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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속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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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시인 「화분 속 애벌레」
> 작은 세상
작은 화분 속
세상을 봅니다
그 작은 화분
속에
온 세상인 양
작은 꽃 속에서
애벌레가 삽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놀랍습니다
온 세상처럼
살아냅니다
신기합니다
그 작은 화분 속 세상을 큰
우주처럼
살아냅니다
이 작은 세상을 사는 모습은
큰 기적입니다
작은 것을 큰 것처럼
큰 것을 작은 것처럼
저도 그리
살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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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작은 우주의 시학, 존재의 윤리를 말하다
박성진 시인의 문학평론
김은심 시인의 「화분 속 애벌레」는 일상의 작디작은 장면 속에서 시적 우주를 피워내는 기적의 언어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자연 묘사나 생태의 관찰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의 윤리’이며, ‘생명의 은유’이며, ‘시인의 철학’입니다.
1. 작음의 시학 — '보이지 않음'의 위대함
“작은 화분 속 / 세상을 봅니다”는 첫 연은 시인의 관찰력과 성찰의 출발점입니다.
작다는 것은 단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무시되기 쉬운 존재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작음을 ‘우주’로 확장합니다.
> “온 세상인 양 / 작은 꽃 속에서 / 애벌레가 삽니다”
애벌레는 흔히 미물로 여겨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생의 진지함을 놓치지 않습니다. 애벌레는 화분 속에서 ‘세상처럼’ 살고 있습니다.
2. 자연의 존재 방식 — 인간을 향한 교훈
“너무 작아서 잘 / 보이지도 않습니다 / 그런데 놀랍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삶, 그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시인은 ‘애벌레의 삶’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묻습니다.
애벌레는 작은 세계에서 살지만, 그 안에 전 우주만큼의 생을 담아냅니다.
이는 인간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 “그 작은 화분 속 세상을 큰 / 우주처럼 / 살아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시는 생태적 감각을 넘어 철학적 울림으로 깊어집니다.
3. 삶의 기적, 그리고 겸허한 결단
“이 작은 세상을 사는 모습은 / 큰 기적입니다”
이 구절은 단언이자 헌사입니다.
작은 생명체의 일상이 시인에겐 하나의 ‘기적’입니다.
자연은 매일같이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왔습니다.
이 시는 그 기적을 목격한 자의 감격에서 쓰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
> “작은 것을 큰 것처럼 / 큰 것을 작은 것처럼 / 저도 그리 / 살아 내겠습니다”
시인은 존재의 방식에 대한 선언을 합니다.
겸허함과 경외감으로 세상을 살겠다는 다짐,
그것이 이 시가 도달한 윤리적 결론이자, 시의 실천적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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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 작고 미미한 삶의 신성함을 노래하다
김은심 시인의 「화분 속 애벌레」는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작은 존재’들에게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화분 속 애벌레처럼, 우리의 시선 밖에서 조용히 ‘우주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이 시는 단지 감상이 아니라, 존재의 태도를 교정하는 거울이며,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화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그 작고도 찬란한 생을, 당신은 애벌레처럼 진실하게 살아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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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심의 시는 늘 소박하고 정직합니다.
그러나 그 안엔 우주처럼 깊은 철학과 다정한 생명이 살아 있습니다.
이 시 역시, 오늘 우리 모두가 ‘크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용히 가르쳐줍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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