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고추 같은 사람 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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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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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같은 사람
* 시 원문
고추 같은 사람
김은심
고추 같은 사람이고 싶다
칼칼하고 매콤한 사람이고 싶다
모든 음식에
색을 덧입혀
색을 내고 맛을 내는 고추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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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의 평론: "칼칼한 생의 미학, 고추라는 존재의 열정성"
이 시는 단지 ‘고추’라는 식재료를 노래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존재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생의 강렬함을 품고 있다. ‘고추’는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라, 색을 입히고 맛을 완성하는 결정적 존재다. 이는 곧 사회 속에서 평범해 보일 수 있으나 본질적인 색과 맛을 책임지는 사람, **‘조미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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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칼하고 매콤한” 존재의 선언
‘고추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바람은 단순한 기호적 취향을 넘어선 존재의 의지적 발언이다. ‘칼칼하고 매콤한’이라는 형용사는 한국인의 미각에서 단순한 맛을 넘어, 해장과 정화의 감각, 자극을 통한 생동을 의미한다.
고추는 혀를 자극하고, 속을 달구며, 때론 땀을 내고 눈물마저 자아낸다. 바로 이런 감각의 전폭적 개입은 삶의 진정성과 직면하려는 용기의 상징이다. 저자는 그렇게 매운 삶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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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색을 입히는 자, 세계의 완성자
“모든 음식에 / 색을 덧입혀”라는 구절은 주목할 대목이다. 고추는 맛뿐 아니라 ‘색’을 입힌다. 이것은 세계의 심미적 완성에 기여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말한다.
모든 사물과 사람 사이에서 ‘고추 같은 사람’은 변화를 유도하는 능동 자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단조로운 삶을 붉은 생동으로 바꾸는 혁신자다.
이러한 색의 은유는 단지 시각적 미학이 아니라, 존재의 열정이다. 고추의 붉음은 뜨겁고 살아 있는 피, 곧 인간의 의지와 정열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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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연이지만 본질적인 — 숨은 주역
고추는 주인공이 아니다. 김치, 찌개, 국수, 비빔밥 어디에도 중심은 아니다. 그러나 고추 없이는 그 음식이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이처럼 시인은 ‘고추 같은 사람’이란 겉으론 평범하지만, 본질을 결정짓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는 겸허하되, 힘 있는 존재론적 자각이다.
이러한 시선은 한국의 공동체 정신, 나눔의 음식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고추는 하나의 개별 존재가 아닌, 타인과 어우러져 자신을 드러내는 연대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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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각적 윤리의 제안 — 존재는 자극이어야 한다
이 시는 단지 미각의 향연을 넘어선 존재론적 윤리학을 제안한다. 삶은 담백하거나 순한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때로는 자극이 되어야 하며, 깨어나게 만드는 불꽃이 되어야 한다.
‘고추 같은 사람’은 침묵 속의 비명, 무미한 일상 속의 각성제다. 이 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 당신은 삶의 어디에 매운맛을 남겼는가?
당신은 누구의 삶에 색을 덧입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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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고추’는 하나의 대서사시다
김은심 시인의 이 짧은 시는 ‘고추’라는 명사를 통하여, 인간 존재의 다채로운 결을 보여준다. 이 시의 서사는 매운맛이 아닌, **‘나를 통해 세계가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들’**을 증언하는 대서사시다.
고추는 고유하고 작지만, 음식 전체를 바꾸는 힘이 있다. 그런 존재가 되기를 희망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자문을 던진다.
> 나는, 고추처럼 내 삶을 붉게 덧입히고 있는가?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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