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박성진 시인의 '화답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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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답 시 '서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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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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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이후 - 박성진》
사는 날마다 당신의 하늘을 본받아
한 줌 진실이라도 지니려 합니다.
잎새의 떨림 끝에 숨은
그 괴로움까지 껴안습니다.
당신의 별빛,
나는 그 침묵의 무게를 짊어지고
다시 사랑의 언어로
쓰러진 존재를 껴안습니다.
부끄러움 없는 말은 없더이다.
다만 그 부끄러움을 말할 용기,
그것이 길이었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별은 내 시심을 비추고,
나는 걸어갑니다.
숨죽인 새벽,
당신이 바라던 길 위를.
심화 평론 | ‘서시’ 이후의 시간, 박성진 시인의 시적 윤리
윤동주의 「서시」는 생의 전 과정이 윤리적 실천이어야 함을 강변하며 ‘죽음’의 정점에서 ‘부끄러움’의 무게를 감당한 시다. 반면, 박성진의 화답 시는 ‘사는 날마다’라는 표현으로 살아 있음 자체를 시인의 의무로 끌어올린다. 이는 죽음의 존엄에서 삶의 연대로 전환된 시의 철학이다.
박성진 시인은 윤동주가 노래한 ‘별’을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침묵의 무게”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사랑의 언어”로 번역한다. 윤동주가 죽음 앞에서도 감당하려 한 ‘부끄러움’을, 박성진은 “말할 용기”로 확장시킨다. 말하지 않는 고통은 침묵 속에서 사라지지만, 시로 말한 고통은 곧 시대의 윤리가 된다.
마지막 연에서 박성진은 “숨죽인 새벽, 당신이 바라던 길 위를” 걸어간다고 한다. 이것은 윤동주가 바라던 시인의 길, 부끄러움을 마주한 존재의 길을 다시 걷겠다는 현대 시인의 고백이며, 시와 삶의 일치를 지향하는 문학적 태도이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