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마태수난곡처럼 윤동주의 "서시"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바흐 마태수난곡과 -윤동주 서시



박성진 칼럼니스트의 평론


― 윤동주 「서시」, 바흐의 마태수난곡처럼 하늘을 우러러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단정한 고백은 단순한 시구를 넘어선 하나의 기도이며, 음악으로 치자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 Bach)의 마태수난곡이 지닌 절대적 경건성과 가장 닮아 있다.


마태수난곡은 예수의 고난을 다룬 오라토리오지만, 그것은 단순한 종교극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신 앞에서 스스로를 응시하는 인간, 죄와 구원을 자각하는 영혼의 독백이 있다. 윤동주의 「서시」 역시 일제 강점기라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먼저 꾸짖고, 하늘을 향해 자기 존재의 투명함을 묻는다. 이 점에서 윤동주의 시정신은 신 앞에 선 인간의 떨림을 음악으로 옮긴 바흐와 조응한다.


특히 「서시」는 민족적 저항을 대놓고 외치기보다는, 내면의 윤리를 스스로에게 새기며 침묵 속에서 울리는 영적 항거로 존재한다. 이는 마태수난곡 속 아리아 ‘Erbarme dich, mein Gott’(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의 비통한 절제와 정확히 포개진다. 슬픔은 분노보다 깊고, 침묵은 외침보다 길다.


윤동주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읊었다. 이 사랑은 바흐의 음악에서처럼 신에 대한 사랑이자, 타자와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다. 그것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차디찬 현실을 통과한 후에만 도달할 수 있는 온기의 세계다.


바흐가 마태수난곡에서 보여주듯, 윤동주의 「서시」 또한 인간의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인간 정신의 고결함을 증명한다. 그래서 「서시」는 단지 한국 현대시의 서정성을 넘어서, 인류 보편의 윤리적 기념비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영혼의 음률은, 바흐처럼...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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