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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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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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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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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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철조망 덩굴 아래
들꽃이 말을 건넨다
"사람이 만든 선은
꽃잎도 넘기 어렵다"
구름은 남에서 북,
바람은 북에서 남,
총부리 눈치 보며
새들만 철을 넘는다
나는야 삼팔선의
고요를 걷는 시인,
쉿—분단의 틈새에
아직도 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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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 시조는 휴전선을 단순한 군사적 경계선이 아닌, 자연과 인간, 전쟁과 평화, 생명과 상처가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표현합니다. 첫 연에서는 들꽃이 철조망 너머로 말을 건네며 비정한 경계선의 부조리를 시적으로 환기합니다.
두 번째 연에서는 자연(구름, 바람, 새)과 대비되는 인간의 무기(총부리)를 통해, 인간만이 경계를 만들고 스스로 갇혀 있다는 자각을 드러냅니다.
마지막 연의 시인은 ‘분단의 틈새’에서 봄을 걷는 존재로, 분단을 기억하되 그 속에서도 **희망의 징후(봄)**를 포착하는 통일의 시적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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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는 가끔, ‘철조망도 피우고 싶었던 꽃이 있었을까’라고 묻습니다. 휴전선은 총구가 만든 선이지만, 시는 그 선 너머를 넘나드는 바람의 언어입니다.
이 시는 한반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되, 그 너머의 ‘봄’을 노래하고자 한 시도의 기록입니다. 시는 분단의 비극을 비껴가지 않으면서도, 그 경계에 핀 들꽃처럼 작고 고운 희망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바라건대, 이 시조가 독자 한 분의 마음속에 ‘선을 걷는 용기’를 불러일으키기를 바랍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