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는 울지 않았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보팔 가스참사



가스는 울지 않았다


― 보팔 가스참사, 인도


박성진 시인


가스는 울지 않았다

비명보다 먼저 도착한 죽음은

숨 쉴 틈조차 남기지 않았다


눈도, 귀도, 말도 없이

천 명의 심장이 동시에 멈추었다

그 밤, 세상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작은 공장의 틈새에서

맹독은 신처럼 퍼졌고

사람들은 죄처럼 쓰러졌다


포대기에 싸인 아이는

울음을 잃고 굳었고

임산부는 태내의 생명을

함께 묻었다


누가 책임자인가 묻기 전에

땅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매장된 진실 위에

기업의 마크는 희미해지지 않았다


보팔은 아직도 기침하고

그 기침은 어느 보고서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여기,

죽음은 숫자가 아니라

이름 없는 가족의 마지막 호흡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가스는 울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오늘도 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잊힌 도시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