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폐허에서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스레브레니차 학살



기억의 폐허에서


― 스레브레니차 학살, 보스니아


박성진 시인


아들아,

너를 묻은 자리는 아직도

풀조차 자라지 않는다

네가 누웠던 땅은

이름이 없고

날짜도 없다


하얀 천을 둘러쓴 어머니들이

네 이름을 백 번도 넘게 불렀다

그러나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산도 귀를 막았다


소년이던 너는

총앞에서 기도를 외웠고

기도보다 빠른 총알이

가슴을 꿰뚫었다

너의 마지막 말은

아무도 들은 이 없었다


스레브레니차,

그 이름은 이제

묻힌 자보다

남겨진 자들의 절규다


UN이라는 이름은

그날, 허공이었다

헬멧은 있었지만

도움은 없었고

하늘은 있었지만

하늘 아래 정의는 없었다


수천 개의 무덤이

숲 속에 비명처럼 퍼졌고

아이의 뼈와

노인의 뼈가

뒤섞여 발견됐다


너를 지키지 못한 세상은

지금도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묻는다

죽은 자에게 평화는

무슨 의미인가


오늘도

흰 천을 두른 어머니가

너의 사진을 안고 잠든다

아들아,

너는 꿈속에서라도

돌아올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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