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그날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하늘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우리는 배웠지

강철로 지은 믿음도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버린다는 걸


모든 비행기는

의심의 그림자를 달고 날았고

아이들의 그림책엔

탑이 무너지는 장면이 새겨졌어


비탄은 국가의 경계를 넘고

공포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지

창문 너머의 바람에도

정체불명의 악몽을 덧씌웠어


누구를 믿어야 하나

누굴 감시해야 하나

자유라는 말은

이제 금속탐지기를 지나야 들을 수 있었지


전쟁은 시작되었고

끝나지 않은 정의의 이름 아래

다른 언어의 비명들만

화염처럼 피어올랐어


그날 이후

우리가 잃은 것들은

탑만이 아니었어

서로를 향한 신뢰,

낯선 이를 향한 온기,

그리고 우리의 평범한 아침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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