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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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슬픔을 안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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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슬픔을 안고 돈다
― 전쟁, 팬데믹의 종합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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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태초에 푸르던 행성 위에
폭격의 불꽃이 피었고
숨을 쉴 수 없는 시간들이 들이닥쳤다
기침 소리로 시작된 하루가
사이렌과 총성으로 끝났고
창밖엔 사람 대신 통제선만 출입했다
태극기, 별빛, 초승달 아래
너나없이 마스크로 눈빛을 가리고
포옹보다 거리 두기가 인사의 언어가 되었다
도시는 숨을 죽였고
병실마다 죽음을 견디는 기도가 쌓였으며
유리창에 붙은 쪽지 한 장이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지구는 매일 슬픔을 안고 돈다
바다를 건너온 피난민의 눈물처럼
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공포처럼
그러나 이 회전의 끝에도 봄은 오리니
다시 손을 잡을 날이 있으리니
전쟁도, 전염도, 결국 인간의 연민을 이기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