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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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묻는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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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묻는 시인들〉
― 전 인류 집단학살과 트라우마에 부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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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 죽음은 하나의 언어였다
말이 아닌 피로 써 내려간 역사
그 언어를 배운 자는 모두
시인이 되었다
히로시마, 아우슈비츠, 캄보디아,
스레브레니차, 르완다, 나진, 다르푸르…
그곳에 시가 있었는가?
아니다,
오직 절규만 있었다
숫자가 된 사람들
태워진 이름들
질식한 입, 절단된 손가락
지워진 얼굴 위에
우리는 시를 적는다
시인은 묻는다
왜 아무도 울지 않았는가
왜 신도 고개를 돌렸는가
왜 인간은
인간을 짐승처럼 학살했는가
너는 말했다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죽은 자들은 아직 묻는다
"그래서 너는,
끝내 침묵을 선택했는가"
시는 용서하지 않는다
시는 잊지 않는다
시는 묻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죽음은 누구의 것이었는가
그 죽음은 정말 끝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