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제주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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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겨보는 그날을 응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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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겨보는 그날을 응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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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제주민중항쟁 학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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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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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한 줌 재로 바뀐 마을의 이름,
그날을 묻는다 — 누가, 왜,
그리 많은 입을 막았는가
바다는 알고 있었다
검은 돌 아래 파묻힌 숨결을
바람은 아직도 운다, 오름마다
꽃은 피지 못했다,
붉은 동백이 아니라
핏빛 젖은 저녁이었다
어미의 품에 껴안긴 아이
한 발짝도 걷지 못한 생이
총구 앞에서 기도처럼 무너졌다
기념비는 말이 없다
기억은 돌보다 질기고
눈물보다 깊게 새겨진다
우리는 지금도 그날을 바라본다
역사의 그림자 속에 선 얼굴들
다시, 다시 새겨보며 묻는다
무엇이 불을 질렀고
누가, 누구의 이름을
끝끝내 지우려 했던가
침묵마저 무너뜨리는 바람이
한라산 능선 너머로 외친다
“우리는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