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그날, 붉은 저녁



그날, 붉은 저녁


여순사건 민간인 학살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붉은 저녁이었다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논두렁에

아이의 구두 한 짝만 남았다


어디서 총성이 시작됐는지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사람들은 몰랐다

다만, 쓰러졌다


“불온하다!”

그 말 하나에

이름도, 생도, 꿈도

땅속으로 가라앉았다


한 사내는 울었고

한 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어린 손 하나

하늘로 들린 채 떨고 있었다


그들은 묻혔다

이념도, 판결도 없이

그저

숨 쉬었다는 이유 하나로


달은 떴다

사람 없는 마을 위로

죽은 자들의 눈동자처럼

싸늘하게


그리고

그날의 저녁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붉은 채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4,3 제주민중항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