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민간인의 희생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6,25 민간인 희생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았다


6·25 전쟁 민간인 희생


박성진 시인


새벽이었다

문을 두드리던 건

이웃도, 친척도 아니었다

총이었다


“모두 나오시오”

누구는 앞치마 차림으로

누구는 젖먹이를 안고

그렇게 마당에 섰다


나는 말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돌아온 건

방아쇠가 당겨지는 소리였다


논둑에 쓰러진 여덟 살

입엔 아직

보리강정 한 알이 씹히지 못했고

그 옆에선

외할머니가 눈을 뜬 채

하늘을 보았다


불은

우리 집보다 먼저

사람들 얼굴을 태웠고

비명은

산으로 도망쳤다


죽은 자는 묻히지 못했다

산 자는 묻을 수 없었다

모두 두려워

자기 이름조차 잊었다


그날 이후

마을은 사라졌고

나는 내 무덤이 어딘지도 모른 채

이 땅 어딘가

다만 조용히 썩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린다

한 번만

정말, 단 한 번만이라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순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