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고독사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송파 세 모녀 고독사



〈송파 세 모녀 고독사〉


– 박성진 시인 시


장판 끝 지친 여름

세 모녀 마주 앉은 저녁

밥 대신 서로의 숨결을 나눕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 뒤

삶의 전부를 밀봉하듯

봉투 속 몇 장의 지폐가 울고 있었죠


불 켜진 도시의 창

단 한 곳도 문을 열지 않아

눈물도 얼어붙은 채 돌아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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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해설


1연은 ‘지친 여름’, ‘밥 대신 숨결’이라는 시어로 물리적 빈곤과 심리적 고립을 함께 보여줍니다. 삼복더위 속에서도 먹을 것이 없어, 서로의 숨결만으로 버티는 모녀의 모습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애잔함을 유발합니다.


2연의 핵심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유서 속 유일한 문장이자, 살아 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 수 없었던 그들의 마지막 체념이자 헌사입니다. 지폐가 ‘울고 있었다’는 표현은 상징적으로 절박한 생계와 눈물겨운 절망을 아울러 말합니다.


3연은 철저히 외면당한 현실을 조명합니다. ‘불 켜진 도시의 창’은 현대 문명의 냉담함을, ‘눈물도 얼어붙은 채’는 슬픔조차 묵살되는 고립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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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박성진)


“그날, 세 모녀는 세상에 죄를 진 것도 없이,

세상을 향해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한 번도 ‘괜찮다’고 말해준 적이 없습니다.

시는 그런 침묵의 무게를 두고두고 기억해야 합니다.

시를 쓰는 손이 뜨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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