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서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국회의 서시》



〈국회의 서시〉


– 박성진 시인 –


아직도 묻는다,

이곳은 나라의 심장인가

욕망의 안방인가


의자는 높고,

국민의 눈물은 낮아져

질서정연이 무시된다


법은 책 속에 있고

정의는 말속에 있다

그들의 배 속엔 무엇이 있는가


태극기는 벽에 걸렸고

헌법은 연설문 속에 접혀 있다

귀는 외면하고 손은 서로를 때린다


국회 앞 광장,

그곳에서 시인은

침묵으로 소리친다


"나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왔는가?"


나라보다 당이 먼저이고

국민보다 방송이 먼저인 곳,

거기서 시는,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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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 《윤동주 정신과 시대비판의 시적 계승》


1. 서론 – 윤동주의 그림자 아래 선 오늘의 시

박성진 시인의 〈국회의 서시〉는 단순한 정치 비판시가 아니다. 이 시는 윤동주의 ‘서시’ 정신, 즉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시인의 윤리적 자세를 오늘날 한국 국회의 풍경 앞에서 되묻는다. 단지 국회를 향한 분노가 아닌, 그 분노 속에 서 있는 시인의 내면적 고백과 질문을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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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연 해설 – “심장인가 안방인가”


> “아직도 묻는다,

이곳은 나라의 심장인가

욕망의 안방인가”

여기서 시인은 질문의 형식을 빌려 국회라는 공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다. ‘나라의 심장’이라 함은 국민을 살리는 중심이어야 한다는 뜻이고, ‘욕망의 안방’은 사적 이익과 권력 유지를 위한 은밀한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윤동주가 자아를 성찰하며 드러낸 부끄러움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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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연 – “국민의 눈물은 낮아져”


> “의자는 높고,

국민의 눈물은 낮아져

질서 정연히 무시된다”

이 연은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다. 국회의원들의 권위와 지위는 높지만, 국민의 고통은 무시된다. ‘질서 정연히’라는 역설은 모든 절차가 완벽하게 무의미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체념을 담고 있다. 윤동주의 ‘발자취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고백과 달리, 이들의 행위는 뻔뻔한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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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연 – “법, 정의, 배 속”


> “법은 책 속에 있고

정의는 말속에 있다

그들의 배 속엔 무엇이 있는가”

법과 정의는 문자적 형식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개인의 욕망(‘배 속’)이 국회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윤동주가 부끄러움을 두려워했다면, 시인은 여기서 부끄러움을 잊은 자들의 배부름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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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연 – “태극기와 헌법, 귀와 손”


> “태극기는 벽에 걸렸고

헌법은 연설문 속에 접혀 있다

귀는 외면하고 손은 서로를 때린다”

태극기와 헌법은 상징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의미를 상실했다. 듣는 귀는 닫히고, 협치는 실종되었으며, 손은 폭력의 도구가 되었다. 이는 일제강점기 비판시인들이 일제의 허울뿐인 질서를 풍자했던 것처럼, 현대 국회도 국민을 배제한 허상으로 치환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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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연 – “침묵으로 소리친다”


> “국회 앞 광장,

그곳에서 시인은

침묵으로 소리친다”

이 구절은 윤동주의 시세 계와 가장 강하게 만난다. 윤동주는 소리 높이지 않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박성진은 이 정신을 계승하여 침묵으로 저항한다. 진정한 시는 고요 속에서 울림이 되는 소리라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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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결연 – “나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 "나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왔는가?"

이 절규는 윤동주의 ‘서시’와 완벽히 겹친다. 자기 고백이자 시대고백이며, 시인의 양심선언이다. 국회의원이 던져야 할 질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인이 대신 묻고 있다. 시는 결국 시대의 마지막 윤리적 감시자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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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윤동주의 계보를 잇는 현대의 '서시'


박성진 시인의 〈국회의 서시〉는 윤동주 정신의 정직한 계승이자, 한국 현대정치의 윤리적 파산을 응시하는 비극적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이다. 고발 시와 고백 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시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진다. 국회의사당 앞에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것은 동상이 아니라 "국회의 서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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