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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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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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깡마른 사나이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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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 시 –
고흐, 너는
붓 한 자루로 세상을 불태운
깡마른 사내였다
피 한 방울 남지 않도록
그림 속에 쏟아부은 사내
해바라기를 그리고 또 그리고
해가 지고도 해를 그렸지
밥은 굶고,
벽에는 동생의 편지 한 장
“형, 아직도 그 그림을 믿어요.”
마을 사람들은 너를 미쳤다 했고
병원은 너를 고쳐줄 수 없었다
귀를 자른 그날 밤
너는 아마도
세상과 대화를 끊으려 했겠지
하지만 넌 들었지
물감 튜브를 짜는 소리,
노란색이 붉게 번지는 순간
네 안에서 또 다른 별이
펼쳐지던 것을
넉넉지 않은 삶
하지만 열정은
얼마나 넘쳤던가
빵보다 물감,
지붕보다 햇살을 원하던 너
사람들은 몰랐지
너의 해바라기가
단지 꽃이 아니라
너 자신이었다는 것을
살고 싶었던 너의 초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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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 ‘고흐의 편지 한 장’]
“테오, 나는 이제 해바라기를 다 그렸어.
그건 사랑에 대한 내 방식이었어.
세상이 보지 못해도 좋아.
너만 안다면, 그걸로 충분해.”
고흐는 생을 버릴 만큼 생을 사랑했다.
그는 자화상을 그릴 때마다
자신을 점점 지워갔다.
마침내 남은 것은
노란 방, 빈 의자, 그리고 해바라기.
그것이 그의 유서였고,
예술이 그의 언어였다.
– 박성진 시인의 ‘해바라기, 깡마른 사나이’ 비하인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