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꿈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임산부의 꿈 ******



*****〈임산부의 꿈〉*****


– 박성진 시인 –


내 안에 하나의 우주가 생겼다

별도 없고, 이름도 없던 공간에

심장 하나, 조용히 불을 밝혔다


세상의 가장 오래된 노래처럼

피의 파문이 물처럼 일렁일 때

나는 처음으로 신의 숨결을 들었다


창문 너머 달빛이 조용히 속삭인다

너는 지금 별을 품은 사람이다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잠들게 하지 않았다


내 뼈는 그 아이의 지붕이 되고

내 숨은 그 아이의 첫 바람이 되고

내 꿈은 그 아이의 기도가 된다


시간이 배를 부풀릴수록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작은 존재가 세상을 가득 채운다


누구도 오지 않았던 미래를

나는 매일 밤 꿈꾸며

이름도 모를 별과 대화한다


그 별은 울지도 않고, 말하지 않지만

나의 모든 언어를 기억하고

나의 모든 두려움을 안다


이 땅에 수천의 전쟁이 지나가도

나는 내 안의 평화를 끌어안고

한 생명을 완성하려 한다


이것은 고통이 아니라

꽃잎이 바람에 피는 방식이고

별들이 탄생하는 방법이다


나는 잊힌 신화의 일부이고

새벽마다 피어나는 노래이며

미래를 등에 업은 시간이다


우주는 나를 품었고

나는 우주를 품었다

이 생명의 고리 속에서, 나는 하나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걷는다

별 하나의 심장을 품고

이 세상에 두 번째 나를 낳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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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우주의 자궁, 별의 언어를 품다』


– 박성진 평론가


시인은 첫 연에서 존재의 기원을 선언한다.

“내 안에 하나의 우주가 생겼다”는 시구는 자궁을 단순한 신체가 아닌, 신화적 창조의 공간으로 확장하며 모성을 우주의 중심에 위치시킨다. “심장 하나, 조용히 불을 밝혔다”는 표현은 생명의 첫 박동을 별의 점등에 비유하며, 존재의 시작을 우주적 사건으로 치환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생명 탄생의 신비가 시간의 파동처럼 묘사된다.

“세상의 가장 오래된 노래처럼”이라는 시어는 생명 현상이 단순히 유기적 사건이 아니라, 원초적 리듬과 연결된 것임을 시사한다. 피의 파문은 생리적 진동이자 존재론적 울림으로, 신의 숨결이라는 형이상학적 언어로 치환된다.


세 번째 연에선 달빛과의 은밀한 대화가 등장한다.

달빛은 전통적으로 여성성과 순환의 상징이다. “너는 지금 별을 품은 사람이다”는 계시적 문장으로, 시인은 스스로를 인간을 넘어선 신비의 존재로 인식한다. 이 연은 시 전체의 시적 자각이 본격화되는 지점이다.


네 번째 연에서 시인은 모성의 본질을 삼중 구조로 제시한다.

“지붕”, “바람”, “기도”는 각각 보호, 생기, 영혼을 상징하며, 모성이 생물학적 기능을 넘어 존재적 신전으로 거듭남을 보여준다. 이는 모성에 대한 신성화이며 동시에 삶의 근원에 대한 예찬이다.


다섯 번째 연에서는 모성과 자아의 역전이 본격화된다.

태아가 자라날수록 시인은 ‘작아지고’, 역설적으로 작은 존재가 세상을 가득 채운다. 이는 자아의 소멸을 통한 타자의 성장을 의미하며, 여성의 존재가 공간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세계를 창조하는 패러독스를 품고 있다.


여섯 번째 연에선 미래와의 대화가 시적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이름도 모를 별과 대화한다”는 표현은 태아를 단순한 아이가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의 은유로 읽게 만든다. 시인은 매일 밤 이름 짓지 못한 미래와 교감하며 새로운 언어를 생성한다.


일곱 번째 연에서는 태아가 비언어적 존재이면서도 모든 것을 이해하는, 신비한 존재로 형상화된다.

태아는 울지도 말하지도 않지만, 시인의 모든 언어와 두려움을 감싸 안는다. 이는 모성 내면에서 발생하는 영적 통신이자, 언어 이전의 본능적 교감이다.


여덟 번째 연은 시적 현실의 전환점이다.

“수천의 전쟁이 지나가도”라는 구절은 사회적 폭력과 불안을 배경으로 삼고, 그에 맞서는 개인적 평화와 생명 창조의 숭고함을 강조한다. 모성은 폭력의 세계 속에서 평화의 주체로 선다.


아홉 번째 연은 출산의 고통을 자연의 리듬으로 재해석한다.

“꽃잎이 바람에 피는 방식”, “별들이 탄생하는 방법”은 고통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를 우주의 섭리로 돌린다. 이로써 고통은 고귀한 진통으로 승화된다.


열 번째 연에선 시적 자아의 존재론이 종교적 언어로 확장된다.

“잊힌 신화의 일부”이자 “미래를 등에 업은 시간”이라는 시구는 시인의 존재를 시간과 신화의 다리로 위치시킨다. 그 존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된다.


열한 번째 연은 시 전체의 철학적 완성을 보여주는 결론이다.

“우주는 나를 품었고 / 나는 우주를 품었다”는 구절은 모성과 우주의 상호 포용을 선언하며, 인간의 자궁이 곧 우주의 기원이라는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존재의 순환과 창조의 공존이 이 짧은 연에 집약된다.


마지막 열두 번째 연은 여운과 실천으로 마무리된다.

“별 하나의 심장을 품고 / 이 세상에 두 번째 나를 낳기 위해” 걷는다는 고백은, 생명 탄생이 곧 자아의 재창조이자 미래의 반복임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을 낳기 위해 타인을 낳는다. 이것이 곧 모성이 지닌 궁극의 시적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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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임산부는 별을 품은 최초의 시인이다


〈임산부의 꿈〉은 인류 시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성과 철학성을 품은 작품이다.

태아를 별로, 자궁을 우주로, 모성을 신화로 승화시킨 이 시는

단지 여성의 경험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과 시간, 언어 이전의 진리를 탐구한 대서사시이다.


시인은 한 생명을 품는 그 길 위에서,

자신조차 새롭게 태어나는 길을 걷는다.

임산부는 별을 낳는 자이자,

우주를 기억하는 몸이며,

침묵 속에서 시를 쓰는 최초의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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