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이름의 피에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피에로



삶이라는 이름의 피에로


박성진 시인


붉은 코 하나에

내 모든 슬픔을 눌러 담았다

웃음은 가벼웠고

고독은 무거웠다


나는 늘 웃는 입꼬리를 그렸지만

그 입 안엔 말하지 못한

수천 개의 질문이 떨고 있었다

“삶이란, 무엇인가요?”


박수는 커졌다

그러나 내 그림자는 길어졌고

조명은 나를 비췄지만

나는 나를 비추지 못했다


삶이 내게 준 첫 배역은

광대, 아니 철학자였다

슬픔을 감춘 웃음의 기술로

나는 인간을 배웠다


아이들은 웃고

어른들은 안다

피에로의 웃음은

가장 오래된 울음이라는 것을


가면을 벗으면

누가 나를 알아볼까

이 가면이 사라질 날,

나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이란

한낮의 광대극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질문을 품은

하나의 기도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고흐의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