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조선시대 궁중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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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간장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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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달빛 젖은 대청마루
가래떡이 숨을 고른다
옷고름 매듯 곱게, 간장 빛이 스며오고
종이창 너머 고요하게
계피 향기 떠돌면
임의 마음 밥상 위에 살포시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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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해설 · 평론
이 시조는 조선시대 궁중 떡볶이의 정갈한 미학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박성진 시인은 음식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 깃든 정서와 시대의 숨결을 은유와 감성의 언어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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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연 분석 – “달빛 젖은 대청마루 / 가래떡이 숨을 고른다 / 옷고름 매듯 곱게, 간장 빛이 스며오고”
시의 시작은 정적이고 고요한 궁중의 밤이다. ‘달빛’과 ‘대청마루’라는 이미지는 조선 궁중의 청정한 공간을 연상시킨다. ‘가래떡이 숨을 고른다’는 표현은 단순한 조리과정을 넘어서 생명과 숨결을 지닌 존재로서의 음식을 말한다. ‘옷고름 매듯 곱게’라는 표현은 조선 여인의 단정한 마음과 손길을 간장에 빗대어 묘사한 절정의 비유로, 음식과 감정, 전통이 교차하는 서정의 중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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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연 분석 – “종이창 너머 고요하게 / 계피 향기 떠돌면 / 임의 마음 밥상 위에 살포시 꽃이 핀다”
2연은 시적 화자의 내면 풍경과 감정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종이창’은 단절된 안팎의 세계를 암시하면서도, 소리 없이 전해지는 감정의 매개체다. ‘계피 향기’는 절제된 조선의 향취를 담은 정서의 상징이고, 마지막 행의 “임의 마음 밥상 위에 살포시 꽃이 핀다”는 구절은 이 시의 백미다. 궁중 떡볶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과 기다림, 정성과 세월의 감각이 깃든 정물화로 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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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박성진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조선의 음식은 미각이 아니라 인격이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말하고 있다. ‘달빛’과 ‘계피’, ‘숨을 고르는 떡’, ‘간장빛’, ‘밥상 위의 꽃’—모든 것이 시간을 견딘 정성과 단아한 미의 결정체다.
> 조선의 떡볶이는,
붉은 불맛이 아닌
고요한 간장빛의 시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