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내가 윤동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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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산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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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다시 세는 밤, 내가 윤동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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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 산문시
별이 많았다.
한때는 손끝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선명했고,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들은 옛이야기처럼 따뜻했다.
그러나 어느 밤부턴가 별들은 내게 등을 돌렸다.
총검이 하늘을 가르고, 명명되지 못한 젊은이들의 이름이 흙으로 묻힐 때,
나는 시를 쓰는 손보다 주먹을 더 오래 쥐고 있었다.
내가 윤동주라면, 나는 그 별들 하나하나를 불러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이름들을 다시 입에 담고,
침묵의 언덕 위에서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노래를 썼을 것이다.
별은 그렇게 내 시가 되었고, 내 부끄러움이 되었다.
별은 단지 밤하늘의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매일 새기던 진실의 수,
모든 고요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으려는 증거였다.
오늘 밤 나는 다시 별을 센다.
윤동주가 그랬던 것처럼,
하늘보다 어두운 내 마음의 골짜기에서 반짝이는 생의 찰나들을.
그 하나하나가 쓰러진 이름이고, 말살된 말이고,
하지만 다시 불릴 때 빛이 되는 생명임을,
나는 알기에 감히 오늘도 붓을 들고 별을 쓴다.
내가 윤동주라면,
나는 다시, 별을 헤며 울 것이다.
살아 있는 것들의 이름을 부르며,
죽은 이들의 노래를 외우며,
스스로 부끄러운 시대에
끝내 시로 남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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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별을 다시 부르는 윤리 — 박성진의 산문시 ‘내가 윤동주라면’ 해석〉
박성진 시인의 산문시 〈별을 다시 세는 밤, 내가 윤동주라면〉은
윤동주의 대표작 「별 헤는 밤」에 대한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다.
이 시는 별의 존재론적 의미와 윤동주적 시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려는 윤리적 선언이다.
원작에서 윤동주는 ‘별을 헤며’ 자신이 사라질 미래를 예감했고,
그 밤을 통해 기억과 시적 구원을 시도했다.
박성진은 그 별의 의미를 ‘이름을 잃은 존재들’,
즉 역사의 희생자들과 말살된 언어로 확장한다.
“별은 단지 밤하늘의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으려는 증거였다.”는 구절은
시가 단지 감상이나 위안의 언어가 아닌, 역사와 생존을 증명하는 윤리적 표식임을 선언한다.
또한 “스스로 부끄러운 시대에 끝내 시로 남으려 할 것이다.”는 마지막 구절은
윤동주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는 원구절을
21세 기적 양심으로 되살려낸 것이다.
이 산문시는 침묵과 검열의 시대를 지나
다시 쓰는 ‘별’의 의미를 묻는다.
윤동주의 시는 여기서 기억과 윤리, 저항과 부끄러움의 연대기로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