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윤동주의 방 앞에서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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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방 앞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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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핀슨관 앞에서
하, 그리운 윤동주 시인의
기숙사 방 앞에 섰다
사라진 웃음과
숨죽인 시대의 젊은 날
그 방엔 아직 바람이 운다
세월은 흐르고
건물의 벽도 벗겨졌지만
윤동주의 시는 벗겨지지 않았다
연희 시절, 그 어둠 속에서도
그는 별을 헤고, 참회하고,
죽음마저도 시로 끌어안았다
지금 나는
그의 문 앞에 선 또 하나의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시를 쓰는 이로서
그의 침묵을 다시 부르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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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방 앞에서 2 — 시간의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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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돌계단을 밟고
윤동주의 시간으로 내려간다
그의 붓끝엔 시곗바늘이 없다
등불도 없이 글을 썼던
그날의 밤하늘은
이제 누구의 어깨 위에 머무는가
나는 80년의 고요를 지나
그의 흑백 사진 앞에서
내 얼굴을 다시 본다
윤동주여, 당신의 시는
시간을 뚫고
내 혈관 속을 흐르고 있다
하, 그대는 돌아오지 않아도
그대의 시는
나를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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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방 앞에서 3 — 창문 너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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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창문이 있었다
밖은 전쟁, 안은 시였다
그는 창을 닫지 않았다
무수한 검열 속에서도
그는 새벽을 향해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나는 묻는다
그 창문을 통해
지금도 시가 보이는가
그가 보았던 별
그가 꿈꾸던 겨울나무
그가 기다리던 고향의 봄
그 창문 너머
이제는 내가 서 있다
윤동주의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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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문학평론
이 3편의 연작은 단지 윤동주의 삶을 추모하는 시가 아니라, 윤동주의 정신을 현재화하는 시적 순례다.
1. 제1편은 시인의 문 앞에 선 존재의 “첫 질문”이자 경외의 순간을 담았다.
2. 제2편은 그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멈추었는지를, “시계 없는 시간”으로 비유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3. 제3편은 윤동주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본 그의 시선을 따라, 이제는 우리가 그 창을 계승할 때임을 선언한다.
이 연작은 윤동주 기념관을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문학과 윤리, 시대정신을 잇는 성소(聖所)**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