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윤동주의 방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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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방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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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핀슨관의 오래된 복도,
세월이 벗겨놓은 나무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낡은 창틀 너머로
윤동주의 숨결이 들려왔다.
잉크 냄새, 교정지,
흘려 쓴 붓글씨가
방 안 가득 시를 쉬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한 줄의 떨림이
고요한 밤하늘을 깨우고,
빈 의자에는
그가 남긴 윤리의 뼈마디가
마른바람처럼 앉아 있었다.
나는 방 안의 먼지마저
경건히 맞이하며
문득,
내 영혼도 발끝부터
시인이 되기를 바랐다.
기억은 오래된 종이처럼,
윤동주의 방에 스며
젖어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타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앉았던 그 자리 옆에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
시를 위하여,
그리움을 위하여,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자유의 내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