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DMZ 박성진 시인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별 헤는 밤, DMZ 박성진 시인 》





〈별 헤는 밤, DMZ〉


박성진 시인


하늘엔 아직도 별이 뜨고

땅엔 총구가 잠들지 못한 밤


달빛은 철조망을 넘지 못하고

고라니 울음은 선을 넘어 운다


나는 오늘도 별을 헤아리며

총성이 지나간 하늘 끝에

윤동주의 눈동자를 떠올린다


별 하나에 자유를,

별 하나에 침묵을,

별 하나에 아리랑을 담고


이 거대한 정적의 능선 위에

별빛을 걸어 통일을 빌어본다


누가 그 별을 쏘아 올렸는가

누가 그 별을 겨누었는가


DMZ의 밤,

총구보다 먼저

시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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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윤동주의 별, 박성진의 분단 — 「별 헤는 밤, DMZ」를 읽다

문학평론가 박성진


박성진 시인의 〈별 헤는 밤, DMZ〉는 윤동주 시인의 고전적 서정시 「별 헤는 밤」에 대한 시대적 공명이며, 분단 현실에 대한 시적 응답이다. 이 작품은 단지 오마주가 아니라, 윤동주가 살아있다면 DMZ의 밤하늘 아래에서 다시 써 내려갔을 법한 현대적 「별 헤는 밤」이다.


시의 첫 연에서 “하늘엔 아직도 별이 뜨고 / 땅엔 총구가 잠들지 못한 밤”이라는 대조적 이미지가 분단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윤동주의 시적 세계에서 나타나는 ‘하늘과 별’이라는 순결한 상징을 오늘의 땅, 곧 ‘분단’과 ‘총구’의 현실과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재배치한다.


둘째 연의 “달빛은 철조망을 넘지 못하고 / 고라니 울음은 선을 넘어 운다”는 서정과 통증의 공존이다. 달빛조차 넘지 못하는 경계는 비무장지대의 냉혹함을 나타내며, 야생 동물의 울음소리는 인간의 경계선을 초월한 자연의 통일성에 대한 암시다. 여기서 박 시인은 고라니의 ‘선을 넘는 울음’을 통해, 문학이 선을 넘는 행위로써의 기능을 은유한다.


세 번째 연에서 “총성이 지나간 하늘 끝에 / 윤동주의 눈동자를 떠올린다”는 구절은 시적 회귀이다. 윤동주의 ‘눈동자’는 시대의 고뇌를 담은 정신의 은유이며, 총성과 하늘이라는 시공을 넘나드는 감정의 이동은 시가 역사를 품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시의 중심부인 “별 하나에 자유를, / 별 하나에 침묵을, / 별 하나에 아리랑을 담고”는 「별 헤는 밤」의 오마주이자 새로운 기도다. 윤동주가 별 하나에 ‘사랑, 동경, 시와 어머니’를 담았다면, 박성진은 그 별에 ‘자유, 침묵, 아리랑’을 새긴다. 이는 과거의 낭만적 서정을 현재의 역사적 맥락으로 옮기는 시적 각색이며, 통일을 향한 한국인의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마지막 연의 “총구보다 먼저 / 시가 울린다”는 선언은 이 시 전체의 핵심이다. 분단보다 오래된 시, 총보다 먼저 발사된 언어, 그것이 곧 ‘윤동주의 별’이자 ‘박성진의 시’다. 시인은 분단의 밤에도 별빛을 헤아리는 고독한 시인을 다시 불러내며, 총이 아닌 시로 미래를 꿈꾼다.


이 작품은 윤동주의 시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분단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그 길은 고라니처럼 철책선을 넘어, 달빛처럼 경계를 부드럽게 스미는 문학의 길이다. 분단을 고발하지 않으면서도, 그 고요 속에 울리는 별빛의 노래로서, 이 시는 평화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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