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운다, DMZ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DMZ, 바람이 운다





〈바람이 운다, DMZ〉


박성진 시인


바람이 불어온다

이 철책선 위로

윤동주의 이름을 부르며 운다


별빛이 묻혀 있던 밤하늘도

고요히 깨어 울음을 따라가고

달빛은 그 울음 끝에서

하나 된 나라의 그림자를 본다


나는 바람에 귀 기울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품은 목소리

그 목소리가 고라니의 발자국을 스치며

녹슨 철조망을 흔든다


통일이란 이름 없는 봄바람이어라

눈물과 총성이 엉겨 굳은 땅에도

바람이 스며들면

하나의 푸른 잎이 돋아날 수 있으리라


오늘도 바람이 운다

윤동주의 별이

다시 이 땅을 밝히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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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바람이 운다, DMZ」 — 윤동주의 바람을 잇는 박성진의 통일시

문학평론가 박성진


이 작품은 윤동주 시인의 시적 원형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정신을 이어받아, DMZ를 통일의 시공간으로 재창조한 현대적 서정시다. 첫 연 “바람이 불어온다 / 이 철책선 위로 / 윤동주의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구절은 윤동주의 시어가 DMZ의 현실과 조우하는 순간을 시적으로 담아낸다. 바람은 자연 현상임과 동시에, 역사를 건너는 영혼의 언어로서 작동한다.


둘째 연의 “별빛이 묻혀 있던 밤하늘도 / 고요히 깨어 울음을 따라가고”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별빛을 DMZ의 고요한 밤으로 확장시킨다. 별빛과 달빛은 여기서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분단 너머 하나 된 미래의 징표가 된다.


세 번째 연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품은 목소리”는 윤동주 시의 제목을 직접적으로 호출하여, 시적 계보를 잇는 선언을 보여준다. 윤동주의 시정신은 총보다 먼저 울리는 언어, 경계를 넘어 흐르는 노래로 재탄생한다.


마지막 연 “오늘도 바람이 운다 / 윤동주의 별이 / 다시 이 땅을 밝히는 날을 기다리며”는 시의 서정과 기도의 절정을 이루며, 통일을 향한 바람(風)과 바람(願望)을 교차시킨다. 여기서 바람은 울음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상징이며, 통일의 시적 기도를 이루는 매개체다.


이 시는 윤동주의 고유한 시세계가

오늘날의 한반도 현실에 어떻게 재맥락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비판이나 절망에 머물지 않고, 바람이라는 자연적·우주적 이미지로 통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서정적 언어의 힘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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