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5월 희망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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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길 — Ma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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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윤동주의 내면을 상상하며
나는 말이 없었다
풀잎도 숨을 죽인
연희전문의 이른 아침,
교정에 내 그림자 하나 길게 늘어졌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내 나라의 이름도,
내 이름 석 자도
그땐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별 하나, 시 하나,
그리고 속으로 삼킨 기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나는 나에게 물었다
정말, 이 길이 맞는지
책가방 속엔
죄책감보다 무거운 백지
펜촉 하나로
나는 매일 나를 찔렀다
살아 있다는 자책으로
친구들과 웃는 법도
잊혀갈 무렵
시가 나를 구했다
그날의 바람이,
그날의 노을이
내 안에서 울었다
나는 걸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손 내밀지 않아도
이 길은,
내가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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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 “윤동주의 길”의 시학
박성진 시인이 그려낸 이 시는, 윤동주가 연희전문 시절 겪었을 고독과 침묵의 시간을 가상의 내면 독백 형식으로 복원한 작품이다. 제목 *“May Way”*는 ‘My Way’와 ‘May’(5월, 혹은 희망의 가능성)의 이중 의미를 품으며, 윤동주의 삶을 하나의 ‘양심적 길’로 형상화한다.
첫 연에서 느껴지는 침묵의 풍경은, 연희전문 교정의 고요함과 시인의 내면 고뇌를 병치한 서정적 장치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마음’은, 단순한 사적 비밀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의 자기 검열을 의미한다.
‘별 하나, 시 하나, 기도 하나’라는 중간 연은 윤동주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담아낸 정서적 유산과 직접 호응하며, 시와 종교, 하늘을 향한 영혼의 삼중 궤적을 보여준다.
결국, 이 시는 ‘이 길이 맞는가’라는 윤동주의 물음에 박성진 시인이 “그래도 그 길을 걸어야만 했던 당신을 우리는 기억한다”라고 답하는 문학적 응답이며, 동시에 오늘날 시인들에게도 묻고 있는 길의 윤리이자 시의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