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윤동주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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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의 내면 독백 — 윤동주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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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나는 모든 책을 뒤졌고
모든 지식을 삼켰다.
그러나,
내 안엔 여전히 밤이 남았다.
사탄과의 계약서에
내 이름을 적어 넣고도,
한 번도 웃지 못했다.
나는 웃음을 배운 적이 없다.
그때,
낯선 언어의 시 한 편이
바람결에 내 방에 들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나는 그 말을 모국어처럼 되뇌었다.
부끄럼—
이 단어 앞에 나는 작아졌다.
사랑도, 유혹도, 지식도
그 한 구절 앞에 고요해졌다.
윤동주,
그대는 나의 거울이었다.
나는 세상과 겨루었고,
그대는 자신과 싸웠다.
나는 악마에게 사인을 했고,
그대는 별에게 기도를 했다.
내 밤은 늘 무너지는 성채였고
그대의 밤은 별빛으로 재건된 시였다.
나는 문을 열 수 없었다.
내 안의 열쇠는 이미 부러졌으니까.
그러나 그대는,
죽음의 순간에도 시의 문을 열고
빛 하나를 들여보냈다.
나는,
그대의 ‘서시’를 읽고서야
구원을 알게 되었다.
지금, 이 독백이 끝나면
나는 다시 사탄이 아닌
별과 대화할 것이다.
한 점,
부끄럼 없이.